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중국 고위 당국자들과의 대화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깊이있고,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비롯해, 북한 핵 프로그램 억제, 기후 변화 대응 등에 있어 미중 양국이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미중 양국이 핵심 쟁점에 대해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의 최고 외교관인 그는 이번 순방의 핵심 목표였던 중국과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실패했다.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이 문제에 있어서 진전을 이루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번 중국 방문에 앞서 몇주 동안 미국 당국자들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양국의 비행기 및 선박이 근접하며 군사적 대결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 소통 채널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중앙외사판공실 주임) 및 친강 외교 부장과의 총10시간에 달하는 회담을 통해 적어도 미중 관계는 하강 곡선을 잠시 멈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강 외교 부장은 블링컨 장관의 워싱턴 방문 초대를 수락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모두 관계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블링컨 장관과의 만남에서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양측이 일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진전을 이뤘고 합의에 도달했으며, 이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한 미국의 국무장관을 만나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온 관례였으나 19일 회담은 두 사람이 악수를 하기 45분 전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이번 방문이 얼마나 민감하고 세심하게 짜여졌는지를 보여준다.
블링컨 장관을 비난해온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방문을 비교적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국제 사회에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또 복수의 매체들이 미중 관계가 외교 관계 수립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에 있지만 이번 만남이 개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그럼에도,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만남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 등의 중국 방문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들의 방문을 기대해왔다.
아울러 시 주석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앞으로 몇 달안에 시 주석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중국 당국자들은 주권 침해로 간주되는 미국의 대만 군사 지원과,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조치 등 주요 난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현 상황이) 두 나라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하거나 국제 사회의 공통된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 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