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더나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코로나 팬데믹 1년도 채 안 된 2020년 말 내놓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0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합성생물학 제조 플랫폼을 구축해 5~10년이나 걸리는 백신 개발·생산 기간을 10개월로 단축했다. 이 과정에서 약물 등 효과적인 전달 물질인 리피드나노파티클(LNP) 기술을 갖고 있던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기술과 접목해 시너지를 냈다.
이처럼 고난도의 과학 지식과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하는 신기술 분야인 ‘딥사이언스’ 창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정부도 합성생물학·핵융합 등 딥사이언스 창업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려 미래 성장 동력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2027년까지 과학기술 창업 R&D에 7000억 원을 투자해 R&D 창업 기업을 지난해 2879개에서 2027년 5500개(누적 기준)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딥사이언스 마중물 펀드(가칭)를 조성해 2027년까지 최대 4500억 원을 투자하고 정책금융 대상에 딥사이언스 분야도 포함하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가 R&D 투자가 2021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4.96%로 세계 2위를 기록했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R&D 기반 창업 비중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공공 부문의 기술사업화, 창업 지원 조직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연구자와 경영자 간 협력형 창업 R&D 지원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 양자 분야의 딥사이언스 창업 기업인 미국 아이온큐처럼 산학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온큐의 경우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우수 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크리스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와 피터 채프먼 전문경영인이 합세하며 성과를 냈다.
정부는 연구자에 대해 특허출원 단계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해 영향력이 큰 지식재산(IP)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공공연구원의 기술지주회사가 딥사이언스 창업 지원에 나서고 민간 전문기관도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딥사이언스 창업 기업에 대해 연구시설과 인프라 지원, 병역지정 업체 선정 시 가점 부여에도 나설 방침이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패키지로 시행하고 독일 프라운호퍼 등 해외 기관과 함께 글로벌 진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딥사이언스 분야의 혁신 제품 지정과 시범 구매도 늘리기로 했다.
딥사이언스 기업이 외부 전문가에 대해 주식 등 성과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연구원의 연구자가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제는 출연연과 대학의 과학기술 연구 성과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