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창사 후 처음으로 진행한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조 원 가까운 자금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호재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2년물(1000억 원)에 1조 1350억 원, 3년물(2000억 원)에 1조 7400억 원, 5년물(2000억 원)에 1조 8450억 원 등 총 4조 72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이는 2012년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1월 초 포스코가 35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서 3조 9700억 원의 주문을 받은 것이 종전 최대 주문이다.
첫 회사채 발행이어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가 존재하지 않아 LG에너지솔루션이 속한 신용등급 ‘AA’급의 평균 민평금리를 조달금리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각 종목별로 △2년물 -15bp(1bp는 0.01%포인트) △3년물 -14bp △5년물 -33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LG에너지솔루션 회사채를 같은 신용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평균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21일 기준 등급 민평은 2년물 4.247%, 3년물 4.318%, 5년물 4.506%에 형성돼 있어 조달금리는 4% 초반대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AAA’급 수준의 발행금리다.
수요예측이 흥행한 만큼 29일 회사 측이 1조 원까지 증액해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설비투자에 6조 3000억 원을 썼는데 올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원활한 자금 여력 확충이 필수다.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10조 원이 넘는 현금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에 조달할 자금의 90%를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설비투자에 사용한다. 북미 현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한 해외 합작법인(JV) 증자에 4500억 원, 양극재 등 원재료 구매에 500억 원이 투입된다. 1조 원으로 증액 발행할 경우 각각 9000억 원, 1000억 원으로 투자금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