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5만원 깨지고 31% 빠지고…카카오·CJ CGV '끝모를 추락'

▲4만9700원까지 떨어진 카카오

실적악화 속 경영진 주식 매도까지

외인·기관 최근 한달 수천억 '팔자'

▲주가 15년전 되돌아간 CJ CGV

유상증자 폭탄에 업황도 불황 늪

투심 쪼그라들며 9950원으로 뚝





국민 정보기술(IT)주 카카오(035720)와 영화 산업 대표 종목인 CJ CGV(079160)의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카카오는 심리적 지지선인 5만 원을 밑돌았고 CJ CGV는 15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했다. 실적이 이미 악화한 데다 업황 회복 가능성도 불투명해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여기에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를 깎아내리는 대규모 유상증자, 책임경영을 등진 경영진의 주식 매도 등 시장의 불신을 자극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600원(1.19%) 하락한 4만 9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의 주가가 5만 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1월 7일 4만 9850원 이후 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6월 23일 종가와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25% 넘게 떨어졌다.

CJ CGV의 주가 하락 속도는 카카오보다 더 빨랐다. 이날 CJ CGV는 전날보다 5.24% 내린 9950원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사흘 동안에만 시가총액의 31%가량이 증발했다. 수정 주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두 종목 모두 외국인과 기관이 일제히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가격을 끌어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한 달간 카카오 주식을 각각 1590억 원, 1150억 원씩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기관은 CJ CGV에 대해서도 40억 원씩 덜어냈다.



카카오 주가 하락의 도화선은 부진한 실적이다. 카카오의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은 1조 7403억 원, 영업이익은 711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카카오에 대한 증권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조 8259억 원, 1227억 원에 달했다.

관련기사



증시 전문가들은 광고 시장 침체가 심해진 가운데 인공지능(AI)·클라우드·헬스케어를 포함한 회사의 신성장 동력 투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카카오의 2분기 실적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438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9% 줄어든 수치다.



회사의 핵심 경영진이 주가가 밀리는 와중에 주식을 매도한 점도 투자심리 악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김 의장의 특수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총 46만 6787만 주, 약 300억 원어치를 장내에서 팔아치웠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 투자심리가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J CGV는 이달 20일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1조 원에 이르는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한 것이 청천벽력 같은 악재로 작용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신주 수(7470만 주)가 기존 발행 주식(4772만 8537주)의 약 1.6배에 이르는 데다 예정 발행가(7630원)가 시중 가격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유상증자가 단행될 경우 기존 지분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발행한 4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오버행(대규모 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본업이 불황의 늪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점 또한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영화관 업황 회복이 더뎌지는 까닭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화관 사업이 침체되면서 CJ CGV는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CJ CGV는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2020년 지주사인 CJ에서 2000억 원을 빌리고 지난해 7월에 1500억 원어치의 유상증자도 받았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와 CJ CGV 모두 업황이 개선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광고 매출 대부분이 디스플레이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에 실적 개선 전에 경기 자체가 좋아져야 한다”며 “올해에는 AI 관련 투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실적이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J CGV에 대해 “아직 시장은 극장 업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유상증자 규모가 매우 큰 만큼 단기 주가 불확실성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김남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