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머리가 아프고 구역감을 느끼는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도 스트레스 탓으로 여겨 자칫 공황장애 진단을 놓치기 쉽다. 최근 미디어에서 유명인들의 공황장애 사례가 자주 노출되며 심각한 측면이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대처법을 숙지하고 증상이 찾아왔을 때 제어가 가능하다면 병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전될 수 있다.
공포나 위협을 느낄 만큼 위급한 상황이 되면 우리 뇌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시작한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신체 각 기관에 명령을 내리면 심장은 근육이 폭발적 힘을 낼 수 있도록 심박수를 올려 혈액을 근육에 몰아준다. 눈은 동공을 확장시켜 숨을 곳을 찾고 소화기관은 효소 분비를 멈춰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곳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인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신체반응이지만 위태로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공황발작에 해당한다.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땀이 많이 나고 몸이 떨리고 숨이 막히거나 질식할 것 같은 느낌, 가슴통증, 메스꺼움, 어지러움, 비현실적인 느낌,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지각 이상, 발열, 오한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 중 1~2개 정도는 카페인을 과하게 복용하거나 과음했을 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다만 4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공황장애로 분류한다. 4개가 넘지 않더라도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공황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마음이 약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고 여기는데 근본 원인은 신경조절 과정에 발생한 생물학적 문제다. 유전적 소인과 함께 집안의 양육 분위기 등 후천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불안감과 긴장을 유발하는 요소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긴장도가 높았다면 공황장애가 생기기 쉽다. 우울증도 공황장애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밖에 각성제, 고함량 카페인, 술, 다이어트약 복용도 공황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공황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마치 버튼이 켜지는 것처럼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공황장애가 생기고 난 후에는 스트레스에 의해 경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노출되면 잘 낫지 않고 심해져 만성질환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공황장애는 표준치료가 잘 정립되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다. 다만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사람이 공포나 불안감을 느낄 때 긴장하는 것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정상적 반응이다. 이런 반응을 완전히 없애버리면 위험한 상황에서도 느긋하게 굴다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자극 정도로는 공황발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령 일어난다 해도 스스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치료 목표다.
치료는 크게 생각과 감정에 대한 관리, 신체 증상에 대한 관리의 2가지로 나뉜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가 문득 과거 공황발작을 겪었던 경험이 떠오르며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불안함을 느낀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때는 대중교통을 수십번 탔지만 이상이 없었음을 상기시키고 ‘큰 일 나지 않아, 괜찮아’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불안과 긴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신체 증상은 부교감신경을 강화하는 이완요법을 통해 관리 가능하다. 숨을 쉴 때 의식적으로 배 안에 풍선이 있는 것처럼 최대한 앞으로 내밀면서 들이마신 후 내쉴 때는 배 안의 공기를 남김 없이 뺀다고 생각하면서 내뱉는 복식호흡이 대표적이다. 5~10분 정도 복식호흡을 반복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약물치료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치료 중 하나다. 뇌를 안정화시키는 항우울제나 안정제 계통의 약을 사용하면 공황발작의 횟수를 줄이고 발작이 발생하더라도 신체적 증상 및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 약물치료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많은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은 안정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복용해도 된다. 두통이 있을 때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정신건강 문제가 있을 때 정신과 약이 필요한 것 뿐이다. 중독 걱정 없이 전문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