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수업 중 책상을 내리치는 등 짜증을 내는 초등학생에게 벌을 주고, 교실을 나가면서 혼잣말로 욕설을 한 교사에게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광주지법 형사 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교사 A씨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고 25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검찰이 기소는 했지만 재판부가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것으로, 유예기간 동안 특정한 사고 없이 보내면 형의 선고 자체가 면해지는 제도를 말한다.
A씨는 지난해 5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초등학교 4학년생인 B군에게 욕설을 들리게 한 혐의와 B군을 10분동안 교실 뒤에서 벌을 주고 옷깃을 잡은 혐의로 기소됐다.
B군은 '휴대전화는 가방에 넣어두라'는 A교사의 말을 듣고 화가 났다며 이같이 행동했다.
A교사는 짜증을 내며 책상을 내리치는 B군을 말린 뒤 학부모에게 연락하기 위해 교실을 나가는 과정에서 "싸가지 없는 ××"라고 혼잣말을 했다.
A씨는 법정증언에서 "화가 나 혼잣말했는데, 목소리가 크게 나온 줄 몰랐다. 학생을 모욕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도 이 욕설을 들은 점을 토대로 미필적으로나마 정서적 학대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학생의 옷깃을 잡고 12분간 벌을 세운 행위에 대해서는 훈육 목적을 인정해 무혐의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교사가 B군의 멱살을 잡았다는 공소사실은 아동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옷깃을 잡아당긴 정도에 불과하고 별다른 증거도 없다"며 "교실 뒤에 서 있게 하는 벌을 세운 것도 신체적·정신적 학대 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군이 교실에서 한 행동에 대한 훈계가 필요했던 것도 인정되며 피해 아동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동 정도가 강하지 않았고 훈계로 보일 뿐 부정적이나 악의적인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았지만 피해 아동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았던 점, 피고인이 평소 아동학대 행위로 볼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던 점, 초범인 점, 행동 정도가 미약한 점 등을 종합해 선고를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