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무장 반란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은 한때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던 요식업자였다. 24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상습적인 강도·폭행·사기 범행과 여러 차례의 복역 끝에 1990년 출소했다. 이후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한 핫도그 노점이 인기를 얻으며 고급 레스토랑을 차렸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식당을 자주 찾아 연을 맺었다.
프리고진의 사업은 푸틴 대통령이 2000년 대통령직에 오른 후 날개를 달았다.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의 각종 행사에 낼 음식을 프리고진이 세운 케이터링 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케이터링 공장에 국영은행의 막대한 대출도 승인해줄 정도로 그를 신임했다. 프리고진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의혹으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프리고진이 암암리에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그룹을 설립한 것은 2014년이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돈바스 지역 분쟁에 투입돼 작전을 주도했고 시리아·리비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분쟁 국가의 내전에도 개입했다. 특히 전투 과정에서의 비인간적인 고문과 학살로 악명을 떨쳤다. 프리고진은 줄곧 바그너그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설립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직접 러시아 감옥의 재소자들을 찾아가는 등 전면적인 신병 모집에도 나섰다. 그 결과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 전쟁 병력을 5만여 명까지 늘리며 전쟁의 최전선에서 전투에 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프리고진은 국방부의 지원 부재와 역량 부족을 여러 차례 비판했고 군부와의 갈등은 23~24일 초유의 무장 반란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