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군부갈등 제어 못하고 중재도 남의 손에…"우크라 종전 빨라질수도"

■러 용병 반란에 푸틴 통제력 치명상

최측근의 쿠데타 가까스로 진압

"무리한 우크라 침공 몰락 앞당겨"

서방, 푸틴 '권력누수' 집중조명

젤렌스키 "러 두려워할 필요없다"

바이든, 英佛獨 정상과 대책 논의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한 주민이 차량에 탑승 중인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과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24일(현지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한 주민이 차량에 탑승 중인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과 셀카를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들이 2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들이 2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를 펼쳐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를 향해 쿠데타를 일으킨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목전에 두고 가까스로 철수를 결정하기는 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권통치’는 이번 사태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수족처럼 부리던 용병 기업의 수장이 러시아를 공격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종 상황 수습마저 벨라루스 대통령이 맡으면서 푸틴 대통령은 체면을 더 구기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20여 년의 통치 기간 중 권력 장악력이 가장 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24일(현지 시간) 폴리티코와 CNN·NYT 등 미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완전히 통제한다는 신화가 산산이 부서졌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이 푸틴의 몰락을 앞당길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 역시 폴리티코에 “앞으로 몇 시간 후, 며칠 후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러시아 정권이 위험해졌다”고 밝혔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대량의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충견’으로 불리던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번 무장 반란을 감행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이미 수달 전부터 군 보급 물자 부족 등을 이유로 러시아 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긴장시키기 위해 충성스러운 부하의 입을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관련기사



하지만 바그너그룹이 실제 러시아로 밀고 들어와 주요 군 시설을 장악하고 모스크바 200㎞ 앞까지 진격하자 푸틴 대통령이 과연 러시아의 군부를 장악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이번 무장 반란이 가까스로 봉합되기는 했으나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도 “푸틴이 그동안 유지해 온 독재 체제의 궁극적 장점인 완전한 통제력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련의 붕괴를 앞당긴 1991년 국가보안위원회(KGB) 강경파의 쿠데타 시도를 언급하면서 “역사가 반복된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한 푸틴의 결정은 전략적 패착이자 조만간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중대한 실수임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통제력을 잃은 러시아를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서방 진영에 더 과감한 무기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하루 만에 러시아는 백만 단위의 도시 여러 개를 잃었고 모두에게 러시아 도시를 장악하고 무기고를 탈취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F-16 전투기 또는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요청하는 것은 우리 (유럽)의 공동 방어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서방 진영은 이 같은 러시아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통화를 하고 상황을 공유했다. 또 국가안보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았는데 이 자리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배석했다.

한편 미 정보 당국은 프리고진이 러시아를 상대로 무장 반란을 벌일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보 당국자들이 프리고진이 쿠데타에 나서기 전인 지난주 초 이른바 ‘갱 오브 에이트(Gang of Eight)’에 러시아 국경 지대에서 바그너그룹의 군사적 움직임에 관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갱 오브 에이트’는 상·하원에서 공화 민주 양당 대표, 정보위원장과 간사를 맡은 의회 지도부 8명을 말한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