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저축과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대해서도 각각 최고 5000만 원의 예금 보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이들 금융 상품의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에 가입한 국민들의 노후 소득이나 불의의 사고 시 지급받는 보험금을 보장해 사회 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하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26일부터 입법 예고하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연금저축신탁(은행) 및 연금저축보험(보험사)은 각각 5000만 원까지 보호받게 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연금저축신탁 적립금은 총 15조 9000억 원(75만 7000건)이며 연금저축보험 적립금은 총 113조 6000억 원(439만 건)에 이른다.
금융위는 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연금저축 공제에 대해서도 소관부처별로 동일한 내용의 개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 예고해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산운용사의 연금저축펀드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별도 보호 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고보험금은 보험약관에서 정한 지급 사유가 발생했을 때 지급되는 금액으로 사망, 중대 장해 등의 경우 가입 금액이 크다. 이에 보험회사가 부실해져도 불의의 사고를 겪은 예금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사고보험금을 별도 보호해야 한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단 만기 보험금은 별도 보호 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경우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의 형평 등을 고려해 보호 대상에 새롭게 편입했다. 정부는 2015년부터 DC형 및 개인형(IRP) 퇴직연금의 예금에 대해 별도로 5000만 원의 보호 한도를 적용해왔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상시 30명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2022년 4월부터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공적 퇴직연금제도다.
A 씨가 △연금저축보험 5000만 원 △DC형 퇴직연금 5000만 원 △기존 보호 대상인 일반보험 5000만 원(사고 미발생, 해약환급금 기준)을 가입한 B 보험사에서 부실이 일어난 상황에서 △사고보험금 5000만 원까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종전에는 일반 보험과 사고보험금·연금저축보험을 모두 합산해 최대 5000만 원, DC형 퇴직연금 5000만 원이 보장돼 1억 원만 받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각각 5000만 원씩 총 2억 원을 보호받게 된다.
금융위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연금저축 예금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 보험사가 부실해지는 경우에도 불의의 사고를 겪은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돼도 해당 상품들이 이미 예금 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고 부실 발생 시 기금에 미치는 손실도 미미해 금융사들의 예금 보험료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 종료 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