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기 침체 터널 길어지는데 ‘정치 총파업’ 밀어붙이는 민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또다시 전국 규모의 총파업에 나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달 3일부터 15일까지 ‘윤석열 정권 퇴진’ 등을 내걸고 동시다발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대규모 도심 집회와 촛불 집회까지 개최해 40만 명 이상의 노조원 참여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금속노조 소속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5년 만에 총파업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7개월 만에 재개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임금 인상 등 근로 조건 개선보다 정권 퇴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저지, 반전평화 투쟁 등을 앞세우며 정치·이념 투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양 위원장은 “7월 총파업은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적 싸움의 첫출발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8월에는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투쟁까지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양 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과제를 총파업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한 셈이다. 민주노총이 37개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에 참여해 한미일 동맹 반대 투쟁을 벌이고 촛불 집회를 주도하는 것도 노조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또 도심에서 벌어질 대낮 집회는 일반 시민들에게 심각한 불편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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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파업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와중에 강행돼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당초 기대와 달리 하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95.5로 집계돼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상저하저(上低下低)’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은 공장을 멈춰 세우고 정치 구호를 외칠 때가 아니다. 정부는 근로자의 권익 보호와 무관한 정치 파업에 대해 법치주의 확립 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노조의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입법 강행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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