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합의했다. 2015년 2월 계약 종료 이후 8년여 만이다. 한국이 원화를 맡기면 일본에서 달러화를 주는 ‘달러화스와프’ 방식이다.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을 의결한 데 이어 금융 분야에서도 협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일본 재무성에서 ‘제8차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양국 경제 수장은 이날 “양자 간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며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이고 계약 기간은 3년”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5년 2월 계약 종료된 스와프가 8년여 만에 복원됐다. 방식은 달러화스와프다. 한국 정부가 100억 달러 상당의 원화를 맡기면 일본이 그에 준하는 금액을 달러로 주는 식이다. 양국은 2001~2004년, 2014~2015년에도 전액 달러화스와프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계약에 비하면 통화스와프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양국 통화스와프 규모는 2001년 20억 달러에서 2011년 700억 달러까지 늘어난 바 있다. 다만 양국은 이번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추가 논의를 진행해 규모 확대에 대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통화스와프의 상징적 함의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09억 달러(5월 말 기준)로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며 중국·일본 등에 이어 세계 9위다. 한국의 단기 외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빚)가 약 1737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양국 모두 한일 통화스와프 자금을 실제로 사용한 실적은 없다”며 “그만큼 스와프는 양국의 경제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 자금은 금융 불안이 심화할 때 작동되는 만큼 당장 외환 불안에 대응하는 것보다는 금융 협력 네트워크를 공고히 했다는 데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외에도 조세·관세 등 전방위에서 경제협력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경제 수장은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국제 조세와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일 세제 당국 간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국제 조세에 대해 한층 원활히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2016년 이후 중단된 관세청장회의를 연내 한국에서 개최해 안정적 교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 수출입은행과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은 제3국 공동 진출 업무협약을 체결해 양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협력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제9차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내년 한국에서 열린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17.60원에 마감했다. 최근 미국 통화 당국의 긴축 강화 발언과 중국 위안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이번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복원 소식에도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