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또 법정 심의 시한을 넘겨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년처럼 올해도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수준 요구 차이가 워낙 큰 데다 최저임금위 심의 속도까지 느리기 때문이다.
29일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9차 회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오후 3시부터 시작됐다. 직전 회의에서 위원 동수 원칙을 주장하면서 회의장을 떠난 근로자위원 8명 전원은 이날 복귀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동수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위원만 1명 부족한 8명이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근로자위원은 불리한 구조지만,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협상 투쟁(심의)을 하기로 했다”고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26.9% 인상, 동결로 제시한 최초요구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심의하는 자리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4년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 폭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졌다”고 대폭 인상론을 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인 유사 근로자 임금, 생계비,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영세사업체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동결이 맞다”며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 안정은 고율 인상보다 복지제도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노사가 임금 수준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큰 탓에 이날 하루 회의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최초제시안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재차 수정안을 제출한다. 노사의 최종안에 대한 합의도 불가능한 사황이면 전체 위원이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을 표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심의도 최초 제시부터 표결까지 세 차례 회의(6~8차)가 열렸다.
최저임금위가 이날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심의 법정 시한을 또 어기게 된다. 최저임금제가 1998년 시행된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법정 기한을 지킨 해는 아홉 번뿐이다. 올해 심의 과정을 보면 위원 퇴장과 항의로 회의가 두 차례 파행되면서 심의 시간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수준 논의 전 결론이 나야 할 업종별 구분 적용도 7차 회의에서 결정됐다. 법정 시한에 대한 위원들의 입장 차이도 현격하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법정 시한일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반면 공익위원은 원칙적으로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위는 매년 8월 5일 고시일을 감안해 늦어도 7월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