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추경호(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일본에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외평채는 그동안 달러화 채권을 중심으로 유로화 채권을 찍기도 했지만 엔화 채권은 처음이다.
추 경제부총리는 이날 일본 페닌슐라도쿄호텔에서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일본 투자자를 상대로 한 부총리 주재 라운드테이블은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이 민간 경제·금융 협력으로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 산업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장기간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던 금융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엔화채 발행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일본 금융기관들에 우량 한국물에 대한 투자 기회가 제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대 처음 엔화 외평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한일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8년 만에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한 뒤 일본 현지 엔화채 발행까지 성공할 경우 양국 간 금융 협력의 새 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는 “접근성이 높고 위험도가 낮은 국채부터 상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일본 주요 투자자 간에 정례화된 면담 기회를 만들어 충분한 정보 공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투자가 등록제 폐지와 국채 통합 계좌 개설, 외환시장 대외 개방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 투자가 수익성과 안정성에서 모두 양호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물가는 3% 초반까지 안정화됐고 성장도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상반기 대비 두 배 이상 반등해 내년에도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코스닥지수 수익률은 주요국 주가지수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고 CDS 프리미엄은 하향세로 외국인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미쓰비시 등 일본 3대 은행을 비롯해 노무라자산운용과 일본국제협력은행·정책투자은행 등 민간 및 정책 자금 기관들이 참석해 공감을 표하고 활발한 상호 투자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