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가 갈수록 커지는 배경에는 부진한 기업의 영업이익과 위축된 부동산 거래가 있다. 올해 실적이 악화한 기업이 많고 향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대규모 세수 결손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8~9월 세수 재추계에 나설 예정인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올해 예산안에 세입 목표로 잡은 것은 400조 5000억 원이다. 지난해 세수(395조 9000억 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6월부터 지난해와 똑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어도 세입 예산(400조 5000억 원) 대비 41조 원이 부족하다. 이대로면 정부가 제시한 관리재정수지 한도인 58조 2000억 원 적자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높다.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45조 4000억 원 적자였다.
지난해와 비교해 감소 폭이 가장 큰 세목은 법인세다. 지난해 1~5월 60조 9000억 원의 법인세가 들어왔는데 올해는 이 기간 43조 6000억 원에 그쳤다. 17조 3000억 원(28.4%)이 덜 걷혔는데 전체 세수 감소 폭(36조 4000억 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법인세는 지난해 영업이익 기준으로 올해 신고하고 4~5월에 걸쳐 납부하는데 기업들의 좋지 않았던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그대로 세수 부족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문제다. 올해 상반기 역시 기업 실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8월에 낼 법인세 중간 예납분 역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조사한 상·하반기 경기실사지수(CPA BS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제 현황 BSI는 68로 집계됐다. BSI가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대로면 올해뿐 아니라 내년도 세입도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득·법인·상속·부가세 등도 지난해보다 세수가 줄었다. 소득세의 경우 1~5월 51조 2000억 원이 걷히면서 1년 전보다 9조 6000억 원(15.8%) 감소했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양도소득세가 8조 9000억 원 줄어든 영향이다. 부동산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득세 감소분 역시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 상속증여세도 지난해보다 7000억 원(9.6%) 줄었고 부가가치세는 3조 8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는 이미 대규모 세수 펑크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국세 수입 전망을 끌어내리는 재추계 작업에 착수했다. 8월 말이나 9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가 늘어나면 7월 부가가치세 납부 세액이 늘어날 수 있고 양도세도 부동산 거래 결과에 따라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5월까지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을 36조 4000억 원이 아닌 26조 2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하반기 세정 지원 이연세수 감소 등에서 발생한 기저 효과 10조 2000억 원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