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야권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등 야 4당은 이날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을 찬성 184명으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330일 후 본회의에 상정될 이태원 특별법은 참사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1년 9개월간 진상 규명 활동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조위는 특별검사 수사 강제는 물론 검찰 수사 요구, 청문회 개최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과잉 입법’ 논란도 제기된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74일에 걸친 수사와 민주당이 참여한 55일간의 국회 국정조사로 진상 조사와 책임자 문책이 이뤄졌다. 특수본은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참사가 벌어졌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23명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이뤄졌다.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헌법재판소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거대 야당에서 주장하는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은폐 여부 규명이 수사와 국정조사에서 대부분 다뤄져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야권의 특별법 강행에 대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참사 이슈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8년 동안 진행된 아홉 차례의 국정조사, 특조위 조사, 특검 수사 등이 외려 사회적 갈등만 키웠을 뿐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제는 국가적 참사의 본질을 뒤로 한 채 맹목적인 정치 공방만 일삼고 혈세를 낭비한 과거 특별법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만 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지만 실제 재난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회의적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참사를 둘러싼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다. 이를 위해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선동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의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참사 정쟁화에만 매달린다면 외려 선거 때 역풍을 맞게 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