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지긋지긋한 모기, 빨리 성장하고 오래 산다"…기후변화 때문

미국 곳곳서 말라리아 감염환자 발생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미국에서 말라리아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북미 일대에서 늘어나는 모기와 그에 따른 질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6일 모기에 의한 지역 내 말라리아 감염 발생 소식을 발표한 뒤 모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CDC는 “지난달 플로리다주에서 4건의 말라리아 감염 환자가 발생했으며, 텍사스주에서도 이달 23일 첫 감염 환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말라리아는 주로 모기에 의해 매개되며 미국에서 확인된 감염 사례 대부분은 해외 감염이었다.

이번 미국 내 감염 사례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기온 상승 영향으로 미국 내 말라리아 발병이 더 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기온 상승은 모기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다 기생충이나 바이러스가 모기 안에서 증식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단축한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의 올리버 브래디 교수는 “기온이 오를수록 모기들은 더 빨리 성장하고,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전염병 전파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1년 중 모기 서식에 적합한 ‘모기의 날’ 수는 미국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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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250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70% 이상의 지역이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한 상태다.

미국에 서식하는 모기 약 200종 중 대부분은 사람에게 해가 없지만, 십여종은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종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기 서식지의 확대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남미 페루에서는 뎅기열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보건장관이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최근 사임하는 일도 벌어졌다.

올해 페루에서는 14만6000명의 뎅기열 환자가 나왔는데, 이 중 2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뎅기열은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 중 하나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가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도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이 급증했다.

뎅기열 감염은 프랑스 65건, 스페인 6건 등 71건이다. 이는 유럽에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1년 동안 보고된 74건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다른 감염병인 웨스트나일열도 지난해 유럽에서 1133건(사망자 92명)이 발생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온대 지역 국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경고다. 지구변화 생물학자인 콜린 칼슨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10억명 인구가 뎅기열 전염에 적합한 기후에 새로 노출되게 될 것"이라며 "이들 인구 중 대부분은 서유럽과 미국, 중국 내 온대 지역 거주자”라고 경고했다.

캐리 생태계 연구소(CIES)의 섀넌 라도 질병생태학자는 “온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 삶의 방식이 매우 극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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