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는 편이십니까? 에디터들은 고쳐 쓰고 싶어도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되면 용감하게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고쳐 쓰고, 오래 쓰고, 덜 사고 덜 버리는 삶을 위해 노력 중인 독자님들 많으실 겁니다.
고쳐 쓰기에 관한 진한 고찰
같은 고민 중인 독자님들을 위해 이건해 작가님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작가이자 번역가이면서 폭넓은 취미 세계를 자랑하는 건해 작가님이 새로 낸 책,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거든요.
책을 10분 정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아니, 작가님...이건 고쳐 쓰면 큰일난단 이야기 아닌가요?!"였습니다. 노트북 컴퓨터를 고쳐 쓰기 위해 겪어야만 했던 고난은 제3자로서도 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습니다. 꼬꼬마 시절, 수정테이프가 고장나서 고쳐보려다가 다 풀린 테이프를 붙잡고 결국 울어버렸던 일도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돈 내고 맡기느니 내가 직접 하겠다"는 정신으로 충만한 작가님은 "아주 또렷하고 누구에게나 잘 와닿는 바보짓"을 해 가면서 신발도 고치고, 손목시계 배터리도 갈고, 스마트폰과 프린터까지 부지런히 수리한 일화들을 책에 담으셨습니다.
이럴 바엔 그냥 새 물건을 사는 것이 비용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측면에서 훨씬 낫지 않을까 작가님 스스로도 숱하게 후회하시는데, 눈물을 흘리며 읽다가도 자조 섞인 유머감각이 재밌어서 몇 번은 소리내어 웃을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진지하게 중고 물건을 쓰고 고쳐서 쓰는 것이 궁상맞은지 아닌지 고민하는 작가님에게 점점 공감하게 됩니다.
덜 소비하는 삶의 기쁨
'아끼는 날들'은 애초에 안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아름다우면서 공학적 황홀감을 주는 10만원짜리 커피 핸드밀"을 사고 싶어서 기웃거리다가도 결국은 무거운 3만원짜리 핸드밀을 계속 쓰기로 한 결심, 에어콘 대신 선풍기와 아이스팩으로 더위를 피하고 정 필요한 겨울용 패딩은 중고로 구입하는 모습까지. 간소한 삶을 살아보려고 조금씩 노력하는 입장에서 작가님의 선구자적인 행보에 에디터들은 감명을 받고 말았습니다. 소비를 많이 줄인 삶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감사했고요.
'아끼고' 살면 삶이 재미없진 않냐고요? 너무 많이 소비하다가 점점 무감각해지는 삶보다는 훨씬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그건 작가님 말씀대로 "소박한 행복"이라고 좀 겸손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소박한 것이야말로 진짜가 아닌가 싶습니다.
독자님은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이 책이 도움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감사하게도 이건해 작가님이 ‘지구용사’들을 위해 선물로 전자책 10권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신청 링크는 https://url.kr/2j34qv 입니다.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으로 선물 이벤트를 진행하는 건 지구용도 처음입니다. 종이를 쓰지 않고 책장을 차지하지 않는 전자책이 좋겠다는 작가님의 조언에 또 한번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종이책을 원하는 분들은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