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위해 투입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6000억 원에 이르는 부정한 집행이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은 3일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2차 실태 점검 결과 총 5359건에서 5824억 원의 위법·부적정 집행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차 점검 결과 발표한 정부는 조사범위를 넓혀 한국전력 전력기금사업단, 지자체 25곳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2차 점검을 벌여왔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연구개발 등을 위해 전기요금의 3.7%를 떼서 조성하는 기금이다.
위법·부적정 사용액 총 5824억 원 중 4898억 원이 ‘금융지원사업’에서 발생했다. 정부가 2019~2021년 발생한 전체 대출 6607건의 증빙자료를 전수 점검한 결과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을 통한 부적정 대출은 787건, 142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가짜 세금 계산서를 발급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증빙 합계액보다 많은 규모를 대출 받는 등의 수법으로 썼다. 곤충사육사·버섯재배사 등 농축수산물 생산 시설로 위장해 지원을 받아낸 사례도 여전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보조금 지원사업에서는 574억 원이 부정하게 사용됐다. 정부는 25개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을 확인한 결과 보조금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임의 처분하거나, 쪼개기 수의 계약 등의 편법이 동원됐다.
전력분야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의 부실 집행은 266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R&D 사업비의 이중 수령, 사업비 미정산 등의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도 한국전력 퇴직자 단체와 수의계약을 맺거나, 친환경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의 부적정 관리 등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 86억 원이 낭비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같은 부정 사례 중 404억 원에 대해 환수를 요구하고, 626건은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85명 관계자에 대한 문책 요구도 이뤄진다.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부정 대출로 악용되는 버섯·곤충사육사는 대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출 사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되 올해부터 각 단계별 관리감독제도 보완이 추진된다.
지난해 1차 점검에서는 총 2616억 원의 위법·부당 집행이 확인됐다. 1·차 점검 결과를 합산하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비위 규모는 8440억 원에 달한다. 국무조정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지난 2018년∼2022년까지 약 12조원이 투입됐음에도 기금운용이나 집행에 대한 점검이 미흡했다”며 “강력한 제도 개선과 지속적 추적, 사후관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