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휴식기’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에 대한 구속이 맞물리면서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다시 착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두 의원이 박 씨와 함께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데다 국회 비회기 기간에는 검찰이 현역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핵심 증거나 증언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필요충분조건’도 갖춰야 해 실제 검찰이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가진 박 씨에 대해 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밝힌 사유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4일 박 씨에 대해 구속 후 첫 조사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박 씨 요청에 따라 이뤄지지 못했다. 박 씨는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과 공모해 5000만 원을 받고 6750만 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씨가 2021년 4월 이른바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5000만 원을 받고, 보관 중이던 자금을 합쳐 윤 의원에게 2회에 걸쳐 6000만 원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한다. 윤 의원이 이 돈을 300만 원짜리 돈 봉투 20개로 나눠 같은 해 4월 28~29일 사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살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과 강 전 상임위원에 이어 박 씨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의혹의 한가운데 서 있는 핵심 인물에 대한 보강 수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앞서 체포동의안 부결로 윤·이 의원의 신병 확보에는 실패해 여전히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10일까지 휴식기에 돌입하는 사이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윤·이 의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착수하기 위해 뚜렷한 증언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부결되면서 구속 수사에 실패한 만큼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구속 사유 등 보강’이 필요하다. 즉 박 씨 등 의혹의 핵심 관련자를 상대로 사실관계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두 의원이 직접 연루됐다는 증언·증거 등이 도출돼야만 2차 구속 수사 시도가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의원이 등장하는 녹취록 등을 검찰이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이미 앞선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주요 증거로 밝힌 바 있다”며 “일반인도 아닌 현직 국회의원을 상대로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사실상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여기에 영장 심사가 이뤄지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의 역풍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검찰로서는 부담 요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증언 등 확보로 비회기 기간 내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넘을 산이 많다는 얘기다. 여야 등 정치권 내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해도 임시국회 요청 등으로 막힐 수 있다. 영장 심사가 열리더라도 검찰은 법원이라는 벽도 넘어야 한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재차 신병을 확보하려는 시도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검찰은 두 의원 가운데 혐의가 짙은 한 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반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수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 박 씨 등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송 전 대표로 사정 칼날을 드리우는 방안도 고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