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거 담긴 세제 혜택 방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가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정책이 또 굴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주요 부처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50여 개로 꼽혔다. 정부가 벤처 업계 지원을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벤처 활성화 3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민간 벤처 모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중 하나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민간 벤처 모펀드의 출자액과 투자 증가분에 따라 법인세 감면 폭이 커진다.
중소·중견기업 가업승계 지원 방안도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5년으로 제한된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연장하려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증여세 과세특례 저율 구간(10억~60억 원)을 확대하는 방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개정 의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야당이 순순히 협조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올 하반기 국회는 노란봉투법,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등 첨예한 쟁점이 산적한 상황이다. 또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세제 혜택의 수혜자가 대부분 기업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부자 감세’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달 중 내놓을 세법개정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의 일부 방안은 아직도 공회전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연내 재정준칙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해 경제정책방향과 세제개편안에 담았던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안(25%→22%)도 국회 논의 끝에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