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당정 "당 간판 걸고 붙자"…野 '묻지마 헐뜯기'에 사업중단 맞불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野 "김 여사 가족특혜" 주장하자

與 "의혹 멈추고 고발하라" 강수

국토부도 "지가 상승 영향 없어"

이해찬 등에 명예훼손 법적 대응

당정 "수사 결과 무고면 책임져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의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 뉴스’ 관련 실무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의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 뉴스’ 관련 실무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민의힘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중단 및 백지화’를 결정한 것은 야당의 지속적인 특혜 의혹 제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정공법 전략 차원으로 풀이된다. 도로 건설로 특혜를 본다는 주장이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나오자 논란을 사는 원인 자체를 끊겠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당의 간판을 걸고 승부를 내자고 초고강도 대응을 했다.



원 장관은 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과의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이어진 결과 브리핑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원 장관은 “민주당은 가짜 뉴스로 의혹을 부풀리는 데 혈안이 됐다”며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설명하더라도 이번 정부 내에서는 김(건희) 여사 ‘악마 만들기’를 위한 민주당의 가짜 뉴스 프레임을 말릴 수 없다”며 사업 중단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또 “(의혹에 대한) 팩트에 대해서는 모두 설명을 하고 근거 자료를 제시하겠다”며 “민주당은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로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신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당정의 결정에는 재임 기간 중 비리 의혹의 소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고려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원 장관이 지역의 숙원 사업이 근거 없는 주장에 휘말린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밝힌 뒤 “저희(대통령실)가 진행 사항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국토부가 5월 8일 공개한 해당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보면 고속도로 종점을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하면서 고속도로의 총연장이 27㎞에서 29㎞로, 공사비가 1조 7695억 원에서 1조 8661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고속도로 총연장은 2㎞, 공사비는 1000억 원 가까이 늘어났지만 변경안이 상습 정체 구간인 6번 국도와 매우 멀어져 기존 안 대비 교통 분산 효과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종점으로 바뀐 강상면에는 하필 영부인 김 여사의 가족 선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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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토부는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해당 노선의 종점은 강상면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양평군의 건의를 받은 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복수 안건을 공개하고 이달 5일부터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 뒤 노선을 확정하려 했으나 의혹으로 인해 의견 수렴 절차를 중단했다. 국토부 측은 “강상면 변경안이 인근 도로의 교통량을 하루 2100대 이상 더 많이 흡수해 두물머리 인근 교통 정체 해소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종점부는 고속도로 진출입이 불가능한 통과 구간에 불과해 주변 지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오히려 고속도로 인접 지역은 나들목(IC) 주변이 아니라면 소음·매연 등으로 인해 선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을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처가가 땅 투기를 해놓은 곳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처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게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의혹을 집중 공략해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강득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한편 감사원 감사 및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이 특혜 의혹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한 가운데 전진선 경기 양평군수는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정치적 쟁점화를 중지하고 사업 중단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전 군수는 이날 오후 5시께 군청 소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는 사업의 전면 중단을 철회하고 양평군민들은 사업 재개를 위해 함께해달라”고 밝혔다. 또 “특정 정당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될 걱정을 했다”며 “결국 이 지역에 대한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가짜 논란 때문에 사업이 백지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진석 기자·구경우 기자·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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