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여울의 언어정담]지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작가

몸살 앓는 지구, 자신처럼 돌봐야

걷고 에너지 아껴 탄소 줄인다면

아름다운 별에 머물 날 늘어날 것





심리학을 사랑하지만 때로는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로부터 시작해 나로 끝나는 하루로부터. 심리학은 ‘나’라는 주체가 주인공이자 목적지이기에 ‘나’를 향한 영원한 공전을 멈추지 못한다. 왜 우리 인간은 나로부터 시작해 나로 끝나는 삶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까. 나는 왜 평생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할까. 하루라도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최근 들어 세계 평균 기온이 지구 관측 사상 가장 높다는 뉴스를 읽었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나로부터 관심을 돌려 우리가 사는 지구를 향해 관심을 이동할 때임을.



최근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지구온난화 문제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졌다. 연일 폭염으로 고통받는 지구인들에게 닥친 가장 큰 재난은 바로 우리 자신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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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대한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길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로버트 스완은 이렇게 말했다. 지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다른 누군가가 지구를 구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누군가 지구를 구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바로 우리 자신이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낀다면, 우리는 단 하루라도 이 아름다운 지구에 더 머물 수 있지 않을까. 버락 오바마의 말처럼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느끼는 첫 번째 세대이자 기후변화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 때문이다.

중국어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기적은 공중을 날거나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에 제일 먼저 자신을 돌보고, 양치질하고, 얼굴을 씻지 않습니까.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지구를 돌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자기를 돌보는 일의 절반만큼만 지구를 돌본다면, 모든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물과 에너지를 아끼고, 서로의 옷이나 물건을 아껴쓰고 나눠 쓴다면,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머물 수 있는 날을 하루라도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남산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아무리 더운 날에도 숲 근처는 시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숲속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은 물론 지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에어컨바람에 너무 오래 몸을 맡기는 대신 공원이나 숲길을 걷는 시간을 늘린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고 에너지낭비도 줄일 수 있으니 우리 인류도 즐겁고 지구 또한 기뻐하지 않을까.

모든 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느려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빠르게 ‘삶의 본질’과 ‘자연의 한복판’ 속으로 동시에 뛰어드는 방법이 바로 걷기다. 게다가 걷기는 장소를 이동하는 방법을 넘어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이며, 너와 나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는 길이며,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모든 존재들 사이의 장애물을 넘어서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 우리 모두의 유일한 집이자 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오늘부터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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