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할머니께 이곳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지난달 돌아가셨죠. 아마 이곳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은퇴를 고민하는 게 보통인 시기에 여전한 전성기를 달리는 신지애(35).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떠올리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지애는 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계속된 제78회 US 여자오픈(총상금 11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중간 합계 2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전날보다 두 계단 오른 순위다. 7언더파 단독 선두 하타오카 나사(일본)와는 5타 차.
신지애는 2번 홀(파5) 이글로 시작한 뒤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꿨다. 평균 222야드에 불과한 드라이버 샷에도 정확성과 노련한 쇼트 게임으로 조카뻘 후배들과 팽팽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신지애는 프로 통산 64회 우승의 전설이다. 한국 투어에서 20승, 일본에서 28승, 미국에서 11승을 올렸다. 미국을 뒤로 하고 2014년부터는 일본을 주무대 삼고 있으며 지난달 말 일본 투어 시즌 2승을 올려 상금왕 경쟁을 하고 있다.
신지애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것은 2019년 US 여자오픈(컷 탈락)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과 이곳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페블비치는 내 꿈의 코스 중 하나였고 마침내 이곳에 왔기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힘과 스피드에서 어린 선수들을 따라잡기는 어렵지만 그저 내 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최종일에 보기를 하지 않는다면 (우승) 기회가 약간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1타를 잃은 김효주가 4언더파 공동 3위이고 신인 유해란은 신지애와 같은 공동 5위다. 국내 투어 1인자인 박민지는 1타를 줄여 5오버파 공동 29위로 솟구쳤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2라운드 합계 7오버파를 기록해 1타 차이로 컷 통과에 실패했다. 이 대회가 은퇴 무대인 교포 선수 미셸 위 웨스트(미국)도 14오버파로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