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착한 곳은 중국 국경 지대입니다. 신분이 없다고 중국 사람 절반의 임금을 받고 일하다 보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고 코로나19 때문에 바깥 출입도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한국에 오면 신분이 생기니까 인권이 보장되는 곳에서 사람처럼 당당히 살고 싶었습니다.”(20대 탈북 여성 C 씨)
10일 경기도 안성시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소(하나원)에서 기자단과 마주한 새터민 여성 3명은 모두 탈북 이후 중국에 수년간 정착했다가 최근에야 한국에 입국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모두 봉쇄되면서 이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은 체제 들어 매년 1000명대를 기록했던 탈북민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100명대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인 67명까지 급감한 상황이다. 북송 위험 등 목숨을 걸고 한국행을 택했다는 이들은 하나원에서 우리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실시되는 12주 과정의 기초교육을 받고 있다.
통일부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하나원을 국내외 언론에 공개했다. 북한 인권, 탈북민 정착 지원·보호를 강화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인터뷰에 응한 새터민들은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로 ‘신분 보장’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꼽았다. 중국에 정착하면서 어느 정도 삶은 꾸려나갈 수 있었지만 존재를 인정받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다. 2014년 탈북한 A 씨는 “중국에 있는 자체가 불법이니 안전이 보장된 생활이 아니었다”며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한국에 오기로 한 큰 이유였다”고 했다. 2004년 탈북한 B 씨 역시 “신분증이 없어서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제일 힘들었고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어려웠다”며 “일을 하면 카드에 돈을 줘야 하는데 신분증이 없어 카드를 만들 수도 없었다”고 중국에서의 생활고를 회상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노력만 하면 잘살 수 있지 않으냐”며 한국 사회 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 탈북한 C 씨는 “북한에서 (남한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엄청 심하다고 들었다”며 “TV에서 말하던 것과 좀 다른 현실들을 이제 보게 됐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밝혔다.
물론 이들에게는 한국 사회 정착에 대한 두려움도 공존한다. 이날 권영세(사진) 통일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한 하나원 교육생의 상당수는 한국 사회 정착에 앞서 경제적 두려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올해부터 통일부는 기초 교육을 마친 탈북민에게 지난해보다 100만 원씩 올린 900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주거를 위한 임대지원금 등을 지원하지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권 장관은 이와 관련해 “정착지원금을 포함한 금전적인 지원에 더해 이분들이 바로 투입돼서 생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며 직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정부가 탈북민 수요를 중심으로 정착 지원 체계를 설계하고 취약 계층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탈북민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