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병력 위주에서 기술 집약형 군대로 전환하기 위한 국방 개혁을 추진하면서 2006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 제25조 1항에는 ‘국군의 상비병력 규모는 군 구조 개편과 연계해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군 구조를 효율적으로 재편하기 위해 상비병력 규모를 줄이더라도 최소한 50만 명 규모는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정부가 국방 개혁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군 병력은 풍족했다. 우리 군의 상비병력 규모는 2002년에 69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저출산 문제 등으로 인해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48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중국(200만 명) 인도(145만 명) 미국(139만 명)에 이어 세계 4위인 북한의 군 병력 규모(120만 명)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급기야 한국국방연구원은 최근 자료를 통해 병역 자원 감소로 우리 군의 2045년 상비병력 규모가 32만 9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마저도 간부 병력을 20만 명 유지하고 현역 판정 비율이 87%에 이를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전망치다. 법이 규정한 병력 규모보다 17만 명 이상 부족한 사태를 예고한 것이다.
국방부가 최근 상비병력 규모 및 간부 비율 등 목표 수치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법에 규정된 ‘상비병력 50만 명’ 목표를 삭제하는 대신 ‘가용 자원을 고려해 안보 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로 수정했다. 정부가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절벽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50만 명가량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0.78명까지 추락한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민 문호 개방, 군 간부 모집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싸울 의지를 지닌 군 병력을 적정 규모로 유지하고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해야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