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보건노조, '총파업' 이틀 앞두고 복지부에 최후통첩…극적 합의 재현될까

보건의료노조, 11일 성명서 내고 복지부 정면 반박

2년 전에도 파업 5시간 앞두고 극적 합의·입장 철회

양산부산대병원·국립암센터 등 파업 참여기관 비상

10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계획과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위원장이 조합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10일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계획과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순자 위원장이 조합원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산별 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당초 예고한 총파업을 이틀 앞두고 보건복지부를 향해 최후 통첩을 날렸다. 노조가 제시한 7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경우 파업의 기간과 방식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노조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9월에도 총파업 개시 5시간을 남겨둔 시점에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며 입장을 철회한 바 있다.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이 채 사그라들기도 전에 대규모 파업이 예고되며 의료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막판 협상이 가능할지 관심을 모은다.



보건의료노조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복지부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정치파업’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대비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2차 긴급상황점검 회의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된다"며 "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곁에 남아달라"고 발언한 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복지부는 보건의료노조가 오는 13일 145개 사업장에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자 지난달 28일 1차 긴급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재난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임을 강조하며 "7대 핵심 요구사항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파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노조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 인력 확충 △필수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조항 모두 인력 대란과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붕괴 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요구사항임을 복지부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주요 요구사항의 해법을 언제까지,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전혀 없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10일 제2차긴급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10일 제2차긴급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발전 협의체는 지금까지 7차례나 모여 회의했지만 개선방안이나 전면 확대 방안은 언제 발표될지 기약할 수 없다.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수를 1대 5로 조정하겠다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역시 해당 내용이 포함된 간호등급제 상향개편안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전무하다. 의사 인력 확충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협 등의 반발에 부딪혔고,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설정과 'PA(진료보조인력) 간호사' 문제도 아직 해결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무면허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행정적 규제방안,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원 등의 요구사항 역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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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정부 정책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복지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실행방안, 추진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정부가 노조의 총파업 요구에 대해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총파업 기간과 방식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3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12일 각 의료기관과 지역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하고, 파업 첫날인 13일 조합원들이 서울로 집결하는 대규모 상경파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파업 2일 차인 14일에는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 4개 거점파업 지역에 집결해 총파업 투쟁을 이어나간다. 13∼14일 일정은 민주노총 파업과 함께 하며 17일부터는 보건의료노조 자체적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의 필수인력은 유지하되 정부와의 대화는 지속할 방침이다.

양산부산대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내글. 홈페이지 캡처양산부산대병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내글.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한 사업장은 △고려대의료원·한양대의료원·이화의료원·경희의료원·아주대의료원·한림대의료원 등 사립대병원지부 29개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지부 12개 △국립중앙의료원·국립암센터·보훈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 등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적십자혈액원·적십자병원·검사센터 등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경기도의료원·부산의료원·인천의료원·홍성의료원 등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부평세림병원·광주기독병원·정읍아산병원 등 민간중소병원지부 19개, 정신·재활·요양 의료기관지부 7개, 미화·주차·시설·보안 등 비정규직지부 16개 사업장이다.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보건의료노조에 속해 있지만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경희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서울 소재 대형병원과 비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은 다수 포함됐다. 경남 소재 양산부산대병원은 오는 12일까지 입원 환자 전원을 퇴원시키고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결정했으며, 국립암센터 역시 파업에 대비해 13, 14일에 예정됐던 모든 암 수술을 취소한 상태다.

이번에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지 19년 만이 된다. 당시 파업 참여 인원은 1만 여명이었다. 이번에 쟁의조정 신청된 조합원 수는 그보다 6배가량 많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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