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자국 시장의 성장을 발판 삼아 해외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의 가성비와 함께 배터리 공급망의 시장 지배력까지 갖춘 중국 업체들의 시장 확대에 미국과 유럽에서도 경계심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11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승용차 누적 판매는 952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이 중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는 308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3%나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줄었으나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의 판매량은 크게 늘었다.
특히 상반기 승용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급증한 168만대였다. 중국에선 올해 자동차 수출이 4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중 신에너지차의 비중이 3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수출 확대는 기존 자동차 강국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중국 전기차의 미국 침공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BYD 등 대부분의 중국 업체가 아직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업체나 다름 없는 브랜드가 미국에 팔리기 시작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리자동차가 지난 2010년 인수한 볼보는 미국 찰스톤에서 전기차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볼보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도 지난해 미국에서만 1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폴스타는 27.5%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앞으로 볼보의 찰스톤 공장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WSJ는 “리슈푸 지리자동차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애스턴마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 스타트업 지커, 로터스 테크놀로지 등도 소유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사실상 중국차인지 모르고 중국 전기차를 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전기차 부문에 중국발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국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를 지배하고 있다며 최근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한 것도 유럽 지도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격화돼 공급망 혼란이 심화될 경우 전기차는 생산할 수 있지만 배터리 공급은 마비될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