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구시가지에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가 울려 퍼졌다. 미국 상원의원 일행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산책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을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떼창했다.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공식 방문의 첫 일정으로 미국 상원의원단을 만나 미 의회의 초당적인 한미 동맹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도착 직후 시차 적응을 위해 구시가지를 산책하던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피트 리케츠 미 상원의원과 우연히 마주쳤다고 밝혔다. 빌뉴스 구시가지는 13세기 이래로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중심지로 영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식당 야외 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리케츠 의원이 먼저 산책하고 있던 윤 대통령 부부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리케츠 의원은 “미국 방문 당시 의회에서의 멋진 연설에 감사하다”며 “예정돼 있는 접견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당시 야외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미국 대표단 직원들은 윤 대통령을 보고 ‘아메리칸 파이’를 함께 불렀다”며 “빌뉴스 시민들도 한국 대통령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함께 노래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월 국빈 방미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로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참석자들에게 기립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당시 영상이 일부 참석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의 열창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클레인의 친필 사인이 담긴 기타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산책 도중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부부와도 마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미셸 상임의장은 “이렇게 빌뉴스 거리에서 마주치게 돼서 반갑다”며 “5월 방한 당시 환대에 감사드린다. 아내에게 지난 방한 당시 대통령님과 나눈 대화를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11일 리투아니아에서 첫 공식 일정으로 리케츠 의원 등 6명의 미국 상원의원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제가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만났다는 것은 한미 동맹의 무대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 상원의원단은 “한미 동맹을 향한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미 상원의원단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 및 재건을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미 상원의원단은 한국이 나토와의 협력 밀도를 높여나가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파트너국으로서 역할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
리케츠 의원은 댄 설리번, 딕 더빈, 진 섀힌, 앵거스 킹, 톰 틸리스 미 상원의원과 함께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이다. 이들은 미 상원 나토 옵서버그룹에서 활동 중인 의원들로 민주당·공화당 양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접견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