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힘드시죠? 무더위를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건강보험 호캉스 방법 알려 드립니다"
서울 마포구 소재 A한의원이 실손의료보험을 이용해 입원 병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체 문자를 보낸 사실이 공론화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A한의원은 최근 내원객들을 대상으로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우리 한의원의 1, 2인실로만 구성된 상급병실을 이제는 일반 병실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입원 및 치료비용인 6만원도 모두 실비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휴일 또는 휴가에 한의원 호캉스가 어떠냐”는 제안과 함께 "자동차사고로 인한 치료로 가장하면 100만 원대 체형 교정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면 입원실 사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로그로 연결된다.
사실상 사고나 질병에 걸리지 않았어도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면 하루 6만 원대 입원 병실과 치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꼼수를 공공연하게 권유한 것이다. 해당 사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자되다 서울시의사회가 해당 한의원이 소재한 마포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의료계 이슈로 불거졌다.
A한의원은 문자메시지에 링크를 남겼던 한의원 블로그 글을 삭제하고 관련 글을 비공개로 돌린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마포구는 A 한의원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위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환자유인 행위라고 판단될 경우 의료법 위반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사고로 가장한 치료를 언급한 점은 비난의 소지가 크다.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 빠져나가는 한방치료비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양방 자동차보험 경상 대인 치료비가 2803억 원인 데 반해 한방은 8693억 원으로 4배 가량 높았다. 전체 치료비용 중 한방 치료비가 76%를 차지한다. 2017년 당시 경상 환자의 한방치료비 비중은 51% 수준이었지만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손해보험사들과 정부는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경상 환자의 한방 과잉진료가 보험금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올 초 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는 교통사고 환자 1회당 첩약 처방일수를 현행 10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한의사들의 반발이 심해 결국 진행하지 못했다. 당시 대한한의사협회는 "국토부가 착수한 차보험 개정안 논의가 보험업계의 입장만 대변한다"며 "총궐기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첩약 일수가 축소되면 환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으며, 국토부가 보험사의 경제적 이익 추구를 위해 환자의 진료 편익과 권리를 묵살하고 있다는 논리였다.
뒤늦게 이번 사태를 파악한 한의사단체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불법·허위 광고로 한의사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해당 한의사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무관용 원칙 아래 강력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의치료에 대한 대국민 신뢰를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무책임한 행태로 향후 재발방지에 만전을 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