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통신비 인하의 흑묘백묘

윤민혁 IT부


고인물이 썩듯 경쟁이 실종된 시장은 활력이 떨어진다. 통신 3사 체제가 고착화된 지 20년이 흘렀다.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여파는 지원금 경쟁의 숨을 끊었고 기형적인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는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키웠다. 20배 빠른 ‘진짜 5G’ 28㎓ 대역은 통신 3사 회계에서 일제히 손실 처리됐다. 통신 3사는 3년 연속으로 총 4조 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최적의 전략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굳이 경쟁자에게 싸움을 걸 필요가 없다.






정부가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제4 통신사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파수 최저 입찰 가격을 기존 대비 3분의 1로 깎아주겠다고 한다. 통신 3사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정도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0년 이후 여덟 번째로 추진되는 제4 통신사 유치 시도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책 때문이 아니다. 인구구조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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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5월 말 기준 전체 이동통신 회선 수는 총 7921만 개다. 2019년 말 6889만 개에서 15% 늘었다. 회선 수 증가는 차량·사물인터넷(IoT)이 이끌었다. 같은 기간 휴대폰 회선은 5619만 개에서 5597개로 도리어 줄었다. 시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통신사에는 가장 수익성이 높은 휴대폰 회선이 줄고 있다. 그중에서도 통신 3사의 휴대폰 회선은 130만 개나 감소했다. ‘알뜰폰’이 성장한 탓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휴대폰 사용은 늘어날 수 없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제4 통신사가 등장할 수 있을까. 지난 20년간 통신 3사의 인프라 투자금은 총 146조 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제4 통신사 등장은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으라는 말은 아니다.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견제하고 가계 통신비 인하를 이끌 방법은 많다. 정부는 이미 중간·최적 요금제 출시와 알뜰폰 육성이라는 해법을 알고 있다. 지속적인 지원으로 알뜰폰 회선은 이미 1400만 개를 돌파해 무시할 수 없는 제4지대로 성장했다. 남은 것은 의미 있는 대형 사업자 육성이다. 제4 통신사라는 불가능한 목표 대신 눈앞의 현실적 대안에 집중하는 것은 어떨까.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면 ‘흑묘백묘’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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