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간호 인력 확충과 공공 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며 이틀 동안 벌인 총파업을 14일 오후 5시에 멈췄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환자의 안전과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파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면서 현장 교섭·파업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의 이번 파업은 응급 환자 진료 차질과 수술 지연 등 의료 공백 사태를 초래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파업으로 입원지원센터가 이틀째 비어 퇴원 수속과 정산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13일 서울의 한 광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가동할 수 있는 병상이 없어 간에 농양이 차 실려온 20대 남성이 긴급 시술만 받은 뒤 인근 중소 병원으로 보내졌다. 이 환자는 상태가 악화하면 패혈증으로 번질 위험도 있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 등은 119종합상황실 등에 ‘환자 이송 자제’를 요청했다. 이 때문에 많은 중증 환자들은 병원을 수소문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병원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 동아대병원 응급실 앞에 119구급차 여러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을 정도다. 이 병원 응급실은 보호자 대기실까지 환자들이 들어찼고 병상이 없어 의자에 드러누운 환자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등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서울 도심 도로를 점거한 채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바람에 심각한 교통 정체가 빚어져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파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들과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특히 위험 환자를 병원에서 내보낸 것은 의료인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에 대한 반성과 사과도 없이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제2의 산별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역 병원들은 파업을 다음 주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파업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더 이상 파업에 기대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