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던 정수기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전에 거주하던 집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물건을 훔친 3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거주자에게 훔쳐간 물건을 다시 돌려주겠다며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스토킹 행위도 저질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정철민 부장판사)은 지난 6일 주거침입·야간주거침입절도·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33)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스토킹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2년 9월 30일 새벽 12시 40분 경 자신이 과거 거주했던 집을 찾아갔다. 이 집에는 A씨가 이사를 간 뒤 새로운 거주자인 B씨가 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당시 사용했던 정수기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한다’며 미리 알고 있던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주거지에 침입했다.
집에 거주하고 있던 B씨의 항의를 받아 쫓겨난 A씨는 같은 날 오전 1시 40분 경 재차 ‘거주 당시 사용했던 정수기를 가져가겠다’는 생각으로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주거지에 침입했다. A씨는 집에 있던 B씨 소유의 소화기, 접이식 우산, 담배 2갑, 라이터 1개, 물티슈 2개, 마스크 한 상자, 일회용 마스크 9매 등을 절취했다.
이날 B씨가 경찰에 A씨를 신고하면서 A씨는 지구대에 인계됐다. 그러나 지구대에서 나온 A씨는 다시 B씨의 집 1층 공동현관문 앞으로 찾아갔다. 이곳을 순찰 중이던 지구대 경찰관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A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또다시 새벽 3시 40분 경부터 새벽 4시 2분 사이 B씨에게 ‘절취한 물건들을 돌려주겠다’며 8회에 걸쳐 전화 연락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두 차례나 B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 주거에 침입한 것은 분명하며, B씨의 허락도 없이 물건을 가지고 간 점, 방문을 거절했음에도 물건을 돌려주겠다는 명분으로 B씨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한 행위 등이 스토킹행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범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