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금융회사들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금융’을 중요한 경영 과제로 내세웠다. 구체적인 경영전략에 앞서 금융회사에 대한 사회와 고객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기반으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 KB금융은 인공지능(AI)·디지털 시대에서도 전통적인 역량과 자산의 지속적인 혁신을,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명가 부활 및 중장기 경쟁력 강화 등을 하반기 추진 과제로 꼽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우리금융그룹,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이달 14일 일제히 하반기 전략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업권마다 처한 상황과 달성해야 할 목표가 다른 탓에 구체적인 전략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향후 경영의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었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달 1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2023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KB는 고객에게 신뢰받는 평생 금융 파트너,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목적이 있는 기업(purpose-driven)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같은 날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기업금융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업력 강화는 물론 여신심사 및 관리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신한컬처위크’ 기간인 이달 3일 신한라이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CEO) 특강에서 “그룹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며 “재무적 1등보다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일류”라고 선언한 바 있다.
세부적인 추진 방안이나 주요 관심 분야는 조금씩 달랐다. KB금융은 올해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AI 관련한 논의가 무게 있게 다뤄졌다. 윤 회장은 “AI·모바일·디지털 등이 주류가 되는 세상에서도 전통적인 역량과 자산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사람과 AI가 조화롭게 일하는 바이오닉컴퍼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B금융은 이달 21일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를 초청해 ‘AI 시장 변화와 금융기관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특별 강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중요한 경영 과제로 내세웠다. 임 회장은 “기업금융 명가 부활,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근 선임된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자회사 임직원들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반기 전략회의를 열지 않는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카드 등 계열사별로 하반기 전략회의를 열었다. 먼저 신한은행은 ‘연결과 확장’을 핵심어로 내세웠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고객을 위한 미래 준비를 위해 연결과 확장을 통한 신한만의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며 “타 업종과의 연계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안으로는 리테일·자산관리(WM)·기업 등 기존의 사업 그룹을 연결해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카드는 인구감소·초고령화 등에 대응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프로젝트 히든카드’를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비즈니스모델, 조직 운영 체계, 결제시장 대응 차원의 추진 과제 65개를 도출하고 주요 과제로 도출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좀 더 견고한 조직 구조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리더들이 책임감 있게 수행하고 문제의 가운데에서 항상 고민하고 돌파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