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안에) 남아있는 차량 중 실종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17일 오전 9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 발생 약 48시간 만에 사고현장 '최종 브리핑'이 끝났다. 사망자 13명, 경상 9명. 배수율 90%, 수색률 95%.
사고 직후 기자가 만난 버스에 탄 딸과 연락이 안 된다고 울먹이던 50대 어머니, 아내에게 "마음 단단히 먹어"라며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한 70대 아버지, 전일 새벽 "엄마 빨리나와, 내가 잘못했어"라고 오열하다가 쓰러진 딸. 13명의 실종자 가족은 이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됐다.
길이 450m, 높이 4.5미터 지하차도에 들어찬 6만여톤의 물 속 실종자 구조는 긴박했다. 16일 오전 6시쯤 잠수부 4명이 처음 물 속으로 들어갔다. 수면은 약 1미터 밖에 낮아지지 않았다. 흙탕물 속 시야 분간이 불가능했다. 수중수색은 중단되고 다시 배수작업이 시작됐다. 배수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실종자를 구하겠다고 어둠 속으로 갔다. 현장 관계자 모두가 한 마음이었던 분위기다. 이들은 사고 이튿날까지 컵라면과 물로 끼니를 대신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나오는 구조대원 모두 ‘구조를 못해 죄송하다’는 것 같은 표정이 드러났다. 밤을 새거나, 차와 가드레인에 기대 쪽잠을 자는 관계자만 보였다. 이날 현장에 밥차가 왔지만, 손바닥 크기 접시 위에 찬 3~4개로 서서 밥을 먹는다.
이날 사고현장 최종브리핑은 이제 실종자 구조에서 사고 원인 규명으로 정부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신호다. 사고 현장 관계자나 인근 주민은 사고 전 있었던 제방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하차도 관리 지자체가 겹친 탓에 관리가 부실했을 것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실종자 수색이 최선이라도, 방식도 최적이었는지 점검 대상이다. 전날 자정께 소방당국은 지하차도 내 대형 호스를 연결해 민가가 없는 방향으로 물을 뿌리는 방수작업을 했다. 아들을 잃은 70대 아버지는 "대형호스가 1개 늦게 도착했다"고 했다. 실제로 전일 오전 대형호스 1개가 역할을 못한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사고현장은 전일부터 중앙부처 고위 관료, 유력 정치인이 연달아 오면서 원인규명과 후속대책을 예고했다. 이들의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스러운 상황은 현장에서 보인다. 지자체 한 공무원은 부하직원에게 "이 장화 사이즈 맞는거야, 너가 신어봐"라고 사이즈로 핀잔을 준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천막 아래 그늘에서 앉아있다가 '오셨습니다'란 부하 직원 언질에 벌떡 일어난다.
이들이 앉은 천막 밖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햇볕 아래 경찰들이 일렬로 서 진입을 통제하고 자원봉사자, 현장 수습을 위해 교대하는 현장 관계자의 발길이 분주하다. 이런 풍경은 공무원들이 사고 현장이란 영화를 관람하러 온 것 아닌가하는 착각도 든다. 사고 당일부터 이날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사망자 00명이라며' '갑자기 하천 물이 불어난거야' 등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전화로 주고 받는 공무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구조본부 내 현황판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를 뜬 공무원도 많았다. 기본 사안도 모르고 있는 상급자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12명 실종자 중 1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정부가 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건 '보여주기 방문'이 아니라 철저한 원인 규명과 후속 대책이다. 그나마 천막 안에만 앉아있거나 현장 브리핑을 잠깐 듣고 떠나는 일은 오송지하차도 사고의 ‘진짜 현장’을 찾은 것도 아니다. ‘현장 유령'과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