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드물게 짜릿한 경마장 수익률을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큰돈을 베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거액을 투자할 때 기대 수익률을 낮추더라도 분산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근로소득 외에 자본소득이 생겨야 좀 더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일부 투자자는 좀 더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찾으려 애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발표한 해리 마코위츠는 분산투자 이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산의 60%를 주식에, 나머지 40%는 채권에 투자하는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이 포트폴리오가 70 대 30 또는 90 대 10 포트폴리오보다 우수한 이유는 기대 수익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주식 비중이 높은 포트폴리오일수록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지만 60 대 40 포트폴리오와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주식 시황이 안 좋을 때 하락 폭은 훨씬 크다. 60 대 40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의 21.8% 손실, 2018년의 2.3% 손실을 제외하면 2021년까지 15년간 매년 수익을 냈다. 2008~2021년 연평균 수익률이 9.2%나 된다. 2022년에는 60 대 40 포트폴리오도 16.9%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특이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리 브라운은 1981년 영구 포트폴리오(permanent portfolio)를 고안했다. 상관관계가 0에 가까운 주식·장기국채·금·현금에 각각 25%씩 배분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취약한 60 대 40 포트폴리오의 약점을 보완했다. 실제 과거 성적을 보면 손실 폭이 상당히 작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52년간 영구 포트폴리오의 최고 손실률은 12.7%인데 반해 같은 기간 다우지수는 7번이나 20% 이상 손실을 봤다. 이 기간 영구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은 8.4%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평균 이자율보다는 높았다.
최근 가장 유명한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는 브리지워터소시에이츠의 회장인 레이 달리오가 창안한 올웨더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모든 자산이 25%씩 동일한 비율로 배분돼 있어 주식이나 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 의해 전체 포트폴리오가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다. 달리오는 자산의 변동성이 적으면 비중을 크게, 자산의 변동성이 크면 비중을 작게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주식, 중기국채, 장기국채, 금, 원자재를 각각 30%, 15%, 40%, 7.5%, 7.5%의 비율로 배분했다. 이 포트폴리오는 1970~2022년 연평균 수익률 9%를 달성하다가 2022년에 21%의 큰 손실을 냈다.
되도록 신경을 쓰지 않고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투자자의 당연한 욕구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포트폴리오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