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더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이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SIA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일방적인 제한 조치를 반복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면서 “공급망이 붕괴되고, 시장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중국의 보복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SIA는 인텔, 마이크론,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SIA의 이같은 성명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하려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내달 초부터 저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엔비디아의 A100 등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에 이어 규제 범위를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AI반도체 뿐 아니라 첨단 반도제 제조를 위한 미국 회사들의 장비들 역시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이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손발을 묶는 조치”라며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대안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IA도 이날 성명을 통해 "행정부가 현재 및 잠재적인 (수출) 제한 조치가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동맹국과 완전히 조정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와 광범위하게 협의할 때까지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SIA는 또 "강력한 경제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강력한 미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워싱턴의 지도자들은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디리스킹(탈위험)을 위해 지난해 역사적인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었다"면서 "이런 노력의 긍정적인 영향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업계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IA가 이례적으로 강한 반기를 들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대중 수출 통제에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인텔, 퀄컴 등 주요 반도체 기업 CEO들이 워싱턴에서 미 정책 당국자들과 만나 대중 규제 여파를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