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가입자 석달새 175만명 급증…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열풍'

2분기 200만명으로 8배 껑충

적립금도 8000억 늘어 1.1조

상품수는 279개서 296개로↑

올 수익률 5.8% 목표치 상회

증권사, 은행·보험과 경쟁 속

중위험·고위험 상품판매 주력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 본격적으로 시행된 가운데 2분기에만 175만 명이 8000억 원을 관련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은행·보험업권과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위험·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에 영업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19일 디폴트옵션 관리 계획과 수익률 현황을 공시하면서 가입자 수가 1분기 말 25만여 명에서 2분기 말 200만여 명으로 8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6월 말까지 확정기여(DC)형에는 97만여 명, 개인형퇴직연금(IRP)형에는 103만여 명이 가입했다. DC형 퇴직연금제도 운영 사업장의 76%인 22만 4000곳이 규약 변경을 완료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이 아니라 개인이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DC형·IRP형 가입자만 적용 대상이다.



적립금 총액도 1분기 말 약 3000억 원에서 2분기 말 1조 1019억 원으로 8000억 원가량이 더 불었다. DC형은 210억 원에서 3006억 원으로, IRP형은 2800억 원에서 8013억 원으로 적립금이 각각 급증했다. 41개 금융기관이 승인받은 상품 수도 279개에서 296개로 늘었다. 실제 시장에서 운용·판매되는 상품 수는 135개에서 6월 말 223개, 이달 12일 296개로 확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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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한 지 6개월이 넘은 운용 상품의 1~6월 평균 수익률은 약 5.8%로 조사됐다. 연간으로는 목표 수익률(6~8%)보다 높은 11.6%에 달한다. 금융 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총 414억 원의 적립금을 유치해 은행·보험권까지 통틀어 전체 6위에 등극했다. 7위 삼성증권(336억 원), 8위 KB증권(92억 원)도 10대 디폴트옵션 사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투자 업계는 디폴트옵션 시대가 이제 막 개막한 만큼 초기 대응에 따라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보험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춘 중위험·고위험 상품군의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안이다. 초저위험 상품에만 쏠린 투자자들에게 ‘노후 대비에 고수익 상품이 필수’라는 인식만 심으면 승산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고용부와 금융위원회·금감원·예탁결제원 등 16개 기관도 현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가입자가 상품은 그대로 둔 채 손실 없이 운용 사업자만 바꾸게 하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방안’ 초안을 이르면 4분기에 발표하기로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6월 말까지 디폴트옵션에 가입한 200만여 명 중 177만여 명이 초저위험 상품에 투자했다. 적립금도 9393억 원으로 전체의 85.2%를 차지했다.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상품에는 각각 9만여 명(806억 원), 8만여 명(488억 원), 6만여 명(332억 원)이 가입했다. 1~6월 수익율은 초저위험이 2.26%로 가장 낮았고 저위험 4.23%, 중위험 6.09%, 고위험은 8.88%를 기록했다. 6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고위험 상품 10개 가운데 8개를 증권사가 배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예금 금리 수준으로는 은퇴 후 수십 년이 걸리는 고령화 시대를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며 “위험 부담을 조금 늘려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금감원은 향후 분기마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주요 정보를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규약을 아직 변경하지 않은 사업장을 지원하고 ‘디폴트옵션 상황반’을 상시 운영해 구체적인 현장 애로를 신속히 해결할 것”이라며 “금융 당국과 함께 상품에 대한 평가 체계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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