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해 논의했다. AI가 세계의 안보 위협 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지만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주요 이사국의 초점은 엇갈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현지 시간) AI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엔 차원의 감시기구를 창설하자고 주장했다. 앞서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을 모델로 AI 감시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사망이나 파괴, 광범위한 트라우마, 깊은 심리적 피해를 야기하는 테러나 범죄를 쉽게 하는 데 AI가 쓰일 가능성이 있다”며 “AI에 대한 규제를 감시하고 집행하는 주체로서 새로운 유엔 감시기구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의장국을 맡은 영국의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은 이에 호응했다. 그는 “어떤 국가도 AI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없다”며 “국제적으로 가능한 한 모든 분야에서 참여자들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측은 AI의 위협에 대해 논의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상대 국가를 겨냥했다. 미국은 AI를 통한 인권 침해, 중국은 주권 침해를 각각 거론하면서다. 제프리 드로런티스 미국 차석대사 대리는 “어떤 회원국들도 AI를 사람들에 대한 검열이나 통제·억압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천명했다. 반면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AI가 군사 패권 형성의 수단이 되거나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특히 각국이 고유한 규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AI 법안을 제정하는 데 반대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AI를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과학적 지식 기반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AI가 세계 안보 위협 요인으로 충분히 규명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