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086280)가 전기차 배터리 시대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서 배터리 원소재를 확보하고 폐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구조를 자동차 물류 중심에서 ‘종합 배터리 전문 사업’으로 바꾸고 있다. SK그룹이나 포스코그룹이 배터리 밸류체인을 크게 확대하는 것처럼 현대글로비스도 현재 물류·상사 사업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배터리 신사업에 적극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폐배터리 전처리 기업을 인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몇 개 회사와 인수 거래를 위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전처리와 후처리 공정으로 나뉜다. 전처리는 물리적으로 폐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방전시키고 해체한 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후 양극재 분리물인 블랙파우더까지 만드는 공정이다. 폐배터리 전처리는 후처리 사업과 달리 폐기물 인가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인수를 마무리해야 한다. 전처리 업체들이 그만큼 희소하기 때문에 폐배터리 전처리 업체를 인수하면 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의 가장 중요한 단추를 끼우게 된다.
인수를 마치면 유럽·북미 등 해외시장과 국내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거점별로 모아 전처리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폐배터리 전처리 공정 구축을 할 수 있는 엔지니링 인력들을 채용하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에 폐배터리 시장은 아직 개화하지 않은 시장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6~10년가량 사용해야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수년 후 폐배터리가 시장에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데 선제적으로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처리하는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특히 물류 전문 기업의 장점을 적극 살린다. 폐배터리 전처리뿐 아니라 최초 시작점인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전처리 과정까지 운반하는 사업도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전처리가 완료되면 다시 배터리 제조 라인에 투입된다.
사업 구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실제 폐배터리 전처리·물류 사업을 위해서 이미 2021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운송과 관련한 특허를 4건이나 등록했다.
폐배터리 회수·운송 네트워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나간다.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 자격을 취득했다. 이 인증은 리튬 배터리 항공 물류 체인에 속한 업체가 받는 국제표준 인증이다. 이번 인증으로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항공 물류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리튬·니켈 등 2차전지 원소재 트레이딩과 투자도 시작하기로 했다. 상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2차전지 원소재 트레이딩 경험이 있는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관련 사업을 본격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차원의 니켈이나 코발트 광산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원소재 확보까지 된다면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원소재를 공급하고 폐배터리를 수거해 다시 소재로 재활용해 시장에 공급하는 배터리 전 생애주기의 대부분 과정을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 물류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자동화 설비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합 공급하는 스마트 물류솔루션 사업은 당사의 핵심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이 일환으로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알티올을 인수했다. 알티올은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 물류센터 구축에 참여한 기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를 통해 스마트 물류 사업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2025년께 국내 물류 자동화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물류 자동화를 통해 결국 2차전지와 같은 제조 물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이 있는 해상운송 사업은 장점을 더욱 살릴 것”이라며 “계속 변하는 경영 환경에 발맞춰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부합한 투자도 적극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