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 우크라이나와 K-시드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한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미사일 등으로 집중 공격했다. ‘흑해의 진주’로 불리는 오데사는 세계 3대 농업 대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허브항이다. 우크라이나 수출입의 70%가량은 해상을 이용하는데 그 무역의 3분의 2는 오데사 주변의 3개 항구를 통해 이뤄진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루트가 봉쇄되면 철로를 이용해 폴란드 등 가까운 동유럽 5개국의 항구로 곡물을 운반해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철로는 폭이 좁은 협궤여서 국경에서 다시 실어야 하는 데다 인접 국가들의 철도 화물 운송량도 제한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밀·보리·옥수수·해바라기유 등 연간 3300만 톤의 곡물을 수출한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감소하면 식량 가격 급등을 초래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재연시킬 수 있다. 또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식량위기가 닥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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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곡물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식량안보가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식량무기화에 대비해 너도나도 ‘농업의 반도체’라 불리는 종자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2020년 449억 달러에서 2027년 547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독일·일본 등이 과점하는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종자 산업이 연 평균 6.8%씩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종자 시장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종자 산업 육성에 1조 941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21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4.4%, 곡물자급률은 20.9%에 그쳤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푸드 수출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K시드(Seed) 육성은 안보 측면에서 더 절실한 과제로 떠올랐다. 디지털 육종과 우량종자 개발, 선진 생산 시설 투자 등을 통해 종자 산업 혁신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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