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38년 집권' 훈센 임기연장… 아들에 권력승계 임박

■캄보디아 총선 투표 완료

집권당 CPP "압승적 승리" 선언

인권단체 "반대파 무력화" 비판

장남 마넷, 총리 승계 시기 주목

훈센 캄보디아 총리. 연합뉴스훈센 캄보디아 총리.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간)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 올해로 38년째 장기 집권 중인 훈 센 총리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훈 센 정권의 반대파 제거 작업이 수년간 이어진 데다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던 촛불당의 출마도 제한되면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독주했다는 평가다. 총선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훈 센 총리가 부자 간 권력 승계에 속도를 내면서 캄보디아의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선에서 전체 유권자(971만 655명)의 84.2%인 817만 7053명이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율은 5년 전 총선(83.0%)보다 1.2%포인트 높다. 투표가 끝난 후 CPP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앞서 총 18개 정당 소속 후보들이 의석 125석을 놓고 출마했지만 유력 라이벌의 부재로 CPP는 사실상 단독 후보로 여겨졌다. 이에 높은 투표율은 CPP의 승리 가능성으로 귀결된다는 평가다. 이로써 훈 센 총리의 임기는 향후 5년 더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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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 센 정권은 5년 전 최대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반역 혐의로 강제해산한 후 갖은 수단을 동원해 반대파를 숙청해왔다. 5월 선관위는 CNRP 출신 인사들이 구성한 촛불당이 필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총선 참여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 CNRP를 강제해산한 훈 센 총리의 전술이 재연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선 2월에는 캄보디아에 남은 마지막 독립 매체 ‘민주주의의 목소리(VOD)’가 현 정권을 비판한 후 강제 폐쇄됐고 3월 거물급 인사인 켐 소카 전 CNRP 대표가 정치법 위반 혐의로 가택연금 조치를 당했다.

훈 센 정권은 최근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출마 자격을 제한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했는데 이는 해외로 망명했거나 가택연금 중인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선관위는 이번 총선을 “가짜 선거”라고 비난하며 투표 불참을 독려한 삼 랭시 전 CNRP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16명에게 20년 이상 출마·참정권을 제한한 상황이다. 이에 훈 센 정권이 반대파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 체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훈 센 총리가 장남 훈 마네트에 대한 총리직 승계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훈 센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총선 후 3~4주 내 훈 마네트가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하기 때문에 사실상 집권당을 이끄는 훈 센 총리에게 선택권이 있다. 올해 45세인 훈 마네트는 현재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이며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엘리트 인사로 꼽힌다.

NYT는 “훈 센 총리의 독단적 재량에 따라 의회 시스템이 계승되고 있다”며 “이는 폭력·쿠데타·추방·재판 조작 등을 통해 사실상 모든 반대파를 제거한 훈 센 총리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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