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빅파마도 떠났지만…국산 당뇨약이 쓴 반전 드라마[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김진권·유준상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공동 연구팀

국산 신약 '듀비에'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 최초 입증

'아반디아' 안전성 논란에 퇴출…반사이익에 시장강자로

종근당이 개발한 로베글리타존 성분 복합제 '듀비메트' 제품 사진. 사진 제공=종근당종근당이 개발한 로베글리타존 성분 복합제 '듀비메트' 제품 사진. 사진 제공=종근당




국내 기업이 개발한 당뇨병 신약이 뇌졸중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재발과 사망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진권·유준상 연세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코호트 자료에서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 중 2형 당뇨를 동반한 환자를 2020년까지 추적 조사했는데요. 이 기간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했거나 사망한 2만 869명과 아무런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은 6만2607명의 환자의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로베글리타존을 복용한 환자군에서 심뇌혈관질환 및 사망 발생 위험이 약 26%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베글리타존 복용과 심부전 발생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요.



이번 연구에 사용된 로베글리타존은 국내 기업인 종근당(185750)이 지난 2013년 국내 20번째 신약으로 허가 받은 '듀비에정'의 성분명입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TZD 계열 첫 성분이죠. TZD는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근육, 지방세포가 인슐린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 혈당을 저하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인슐린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복용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 혈당 개선 효과를 나타냅니다.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거나 췌장에서 인슐린을 강제로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저혈당 위험이 비교적 낮고, 췌장 베타세포 기능 보존 및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김진권(왼쪽)·유준상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김진권(왼쪽)·유준상 교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듀비에는 국내 발매된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사의 든든한 캐시카우(수익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종근당은 2014년 로베글리타존 성분 단일제인 '듀비에정'을 발매한 데 이어 2016년 로베글리타존에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2제 복합제 '듀비메트서방정'을 선보였는데요.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듀비에와 듀비메트 2종은 올 상반기에만 200억 원이 넘는 원외처방실적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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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포도당이 체내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에 쌓이다가 소변으로 배출되는 질환입니다. 당뇨병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혈당이 올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혈관을 손상시켜 전신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환자에서 제 2형 당뇨는 경과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뇌경색 등 심뇌혈관질환의 재발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로 지목됩니다. 사실 TZD 계열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인지 워낙 오래된 터라, 학계에서는 TZD 계열 당뇨병 약물의 심뇌혈관질환 예방가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요. 국내 기업이 개발한 로베글리타존은 TZD 계열 여러 성분 중 상대적으로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별도로 밝혀낸 연구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심뇌혈관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면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된 셈이죠.

물론 TZD 계열 당뇨병 약물들이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닙니다. 한때 TZD 시장을 주름 잡았던 '아반디아(성분명 로시글리타존)'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시장 퇴출 수순을 밟았거든요. 제네릭(복제약) 발매 전까지 글로벌 매출이 30억 달러에 달했던 아반디아는 2007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된 논문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아반디아 관련 42개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 해당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의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43%,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64%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거든요. 당시 아반디아를 복용하던 환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해당 논문이 발표된 이후 사회적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며 수습에 나섰고 미국 의회가 아반디아 안전성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열 정도로 파장이 커졌죠. 덩달아 상승가도를 달리던 아반디아 매출도 추락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3년 FDA는 아반디아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며 사용 제한을 철회했는데요. 원개발사인 GSK가 허가를 자진취하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반디아는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런 연유로 종근당이 처음 '듀비에'를 발매할 때만 해도 시장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일본 제약사 다케다가 개발한 TZD 계열 당뇨약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반디아 퇴출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렸고, 이후 듀비에가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이 같은 시선을 불식시켰습니다. 자칫 연구개발(R&D) 투자가 물거품이 됐을지도 모르는 위기를 무사히 넘겼을 뿐 아니라, 반전 드라마를 쓴 셈입니다. 종근당은 최근 듀비메트에 디펩티딜 펩티다제 효소(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성분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를 합친 3제 복합제 '듀비메트에스서방정'의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자누비아의 특허가 만료되는 오는 9월경 시장 발매가 유력한 상황인데요. 연내 '듀비에' 시리즈 3종 라인업이 완성되면 당뇨병 치료시장에서 국산 신약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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