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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도 못갚는데…수천만원 컨설팅비에 한숨

[중대법 확대 D-6개월-위기의 기업들]

◆ 안전관리 컨설팅에 허리 휘는 中企

사설컨설팅 비용 회당 100만원

업종 따라 최소 5~10회 받아야

정부 지원 있지만 전체 2% 수준

관리자 없으면 무용지물 지적도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2022년 1월 30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 입구에 중대재해처벌법 법률상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2022년 1월 30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 입구에 중대재해처벌법 법률상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확대 시행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비용이다. 코로나19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로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사설 안전보건 관리 컨설팅 업체의 회당 컨설팅 비용은 100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의 업종과 규모, 위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5회의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500만 원 이상을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건설 현장처럼 위험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은 컨설팅 횟수가 10회 이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인프라가 열악해 사설 컨설팅 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에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 적은 액수일지 몰라도 영세한 사업장에는 마련하기 힘든 큰 비용”이라며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아 컨설팅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 무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확대 시행을 앞두고 신청 기업이 많아 늦어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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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이 같은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산재 예방 지원 예산 규모를 1조 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산재 예방 지원 사업을 활용 중이거나 활용한 경험이 있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1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을 활용하지 못한 기업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49.3%가 ‘지원 사업에 대해 몰랐다’고 답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산재 예방 지원 사업 안내가 필요하다. 아울러 응답 기업의 16.0%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이 부족하다’를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영세 중소기업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정부의 지원 방안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최근 정부가 올해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1만 6000곳에 컨설팅 비용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지원을 받은 기업의 35.5%가 ‘안전관리체계 구축 컨설팅이 가장 도움이 됐다’고 답했을 만큼 안전관리에 대한 컨설팅 비용은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총 68만 곳에 달하는 전체 사업장에 비해 정부의 지원 물량은 2%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컨설팅을 받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업장의 안전을 관리할 담당자가 없으면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설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아도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담당자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정부 지원으로 컨설팅을 받았지만 실제 사업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안전 전문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업종이나 규모 등 사업 여건이 비슷한 기업들이 ‘공동안전관리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법 적용을 앞두고 5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매우 높다”며 “영세 중소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중대재해 예방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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