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인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러시아 대표단과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가운데서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며 공조 강화에 나선 모습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찾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신형 무인기 등을 함께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최근 시기 조선 인민군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전투기술기재들을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장비 발전추세와 발전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또 “제국주의자들의 강권과 전횡에 맞서 두 나라의 자주권과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는 미국의 첨단 무인기들인 글로벌호크·프레데터 등과 흡사한 형태의 무기들이 전시된 모습을 공개했다. 또 ‘화성-18형’ 등 각종 ICBM도 포착됐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접견했다. 통신은 접견에서 “뿌리 깊은 조로(북러) 친선의 역사를 감회깊이 추억하면서 국방안전 분야에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양측이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회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심화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기류에 대한 평가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제공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위원장과 쇼이구 국방장관은 서로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별도로 평가하거나 예단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북한과의 무기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됐기 때문에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대외 무기 거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유엔국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