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치=어차피 빠질 치아? 틀렸다…세살 '충치' 여든 갈수도

치아우식증 진료인원 630만 명 돌파…4년새 8.9% 늘어

9세 이하 환자 비중이 21.2% 달해…영유아 구강관리 적신호

초기증상 없어 정기검진 필수…방치시 다발성 충치 야기할수도

유치와 영구치가 혼재하는 8~9세 때 치아우식증(충치) 발병률이 가장 높으므로 예방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이미지투데이유치와 영구치가 혼재하는 8~9세 때 치아우식증(충치) 발병률이 가장 높으므로 예방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이미지투데이




#4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워킹맘 이서경씨.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다 아이의 입 안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까만 점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혹시 충치일까?’ 이씨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과 치료를 받으며 고생을 했다. ‘내 아이 만큼은 비슷한 전철을 밟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매일 밤 잠들기 전 아이와 함께 양치질을 하는 등 관리에 신경을 썼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아이와 함께 부랴부랴 동네 치과를 찾은 이씨는 어금니에 충치가 생겨 즉각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하지만 각종 치과장비를 보고 지레 겁을 먹은 아이가 자지러지는 바람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속상해 하는 이씨와 달리 남편은 ‘어차피 유치(젖니)여서 빠질 텐데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줘가며 치료할 필요가 있느냐’며 아이 편을 들었다. 화가 났지만 반박할 논리를 찾지 못해 말문이 막힌 이씨. 남편의 말대로 영구치부터 충치 관리에 신경을 써도 충분한 걸까.



◇ 치아우식증 환자 640만명 육박…9세 이하가 21% 차지


여름방학은 학기 중 다소 느슨해졌던 성장기 자녀의 건강 문제를 점검하기에 좋은 시기다. 특히 치아우식증은 영유아를 비롯해 학령기 아동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건강 문제 중 하나다. 흔히 벌레 먹은 치아란 뜻의 ‘충치(蟲齒)’로 불리는 치아우식증은 치아 표면의 세균이 당과 탄수화물을 분해하면서 생성하는 산성 물질에 의해 경조직이 손상되어 생기는 증상이다. 입안의 상주균인 뮤탄스균이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배출하는 산성 물질에 의해 치아의 단단한 조직이 녹게 되는 것이 원인이다.

치아우식증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21년 한해 동안 637만 394명이 치아우식증으로 진료를 받았다. 2017년 585만 2295명과 비교하면 8.9% 증가한 규모다. 진료비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치아우식증 진료비는 2017년 3597억 원에서 2021년 5873억 원으로 5년새 63.3% 뛰었다. 치아우식증으로 병의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영유아와 소아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21년 연령대별 치아우식증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9세 이하가 21.2%(135만 397명)로 가장 많았고 10대가 16.1%(102만 7054명), 20대가 12.0%(76만 4765명)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9세 이하 치아우식증 환자가 많은 이유를 치아의 조직학적 차이에서 찾는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유치와 초기 영구치는 성인의 영구치에 비해 치아 표면의 강화(단단해지는 것)가 덜 되어 약하다. 영구치에 비해 유기질 성분이 많기 때문에 산(酸) 등의 화학적 작용에 의해 치아우식에 이환되기도 쉽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도 유치와 영구치가 혼재하는 8~9세 때 우식 이환율이 가장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직 양치질이 서툰 시기인데다 유아 구강검진 사업 등으로 치과 검진 빈도가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진단율이 높아진 것도 9세 이하 치아우식 환자 비중이 높아진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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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구치부터 잘 관리하면 되지”…편견이 病 키우기도


문제는 유치를 ‘어차피 빠질 치아’ 정도로 가볍게 여겨 치료를 소홀히 하기 쉽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 무렵 아래턱 앞니를 시작으로 36개월까지 20개의 유치가 나온다. 만 5~6세 무렵이면 먼저 난 유치부터 탈락하면서 영구치로 바뀌기 시작한다. 유치는 탈락 전까지 성장기 아동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단순히 소화기관 최전방에 위치하면서 음식을 씹고 영양섭취를 돕는 기능 외에도 발음, 잇몸뼈와 턱뼈의 정상 발육을 돕고 영구치가 나올 자리를 안내한다. 외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사회성과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구강건강 수준은 최근 10여 년간 정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1∼2022년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5세 아동의 유치우식 경험자율(현재 충치를 가지고 있거나 치료한 경험이 있음)은 66.4%로 2018년 68.5%보다 2.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만 12세 아동의 영구치우식 경험자율 58.4%와 비교해도 10%가량 높다. 영구치에 비해 유치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삐뚤빼뚤 못생긴 치아, 잘못된 유치 관리 때문일수도…"조기 치료 힘써야"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한 유치가 충치 때문에 일찍 빠지게 되면 유치가 빠진 공간으로 주변 치아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치열을 어긋나게 하고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져 덧니가 되거나 아예 영구치가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김현정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는 “치료받지 못한 유치가 우식에 의해 조기에 탈락하면 유치가 빠진 공간으로 주변 치아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치열을 어긋나게 하고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부족해진다. 영구치의 발달을 저하하고 덧니가 되거나 아예 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치료 범위가 커지고 치아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가 유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김현정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교수가 유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경희의료원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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