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국 파크골프의 아버지, '제2의 비상'을 외치다[어깨동무]

파크골프 국내 도입 이끈 전영창 수석부회장

엘리트 체육으로 업그레이드..관련 산업 본격 개화

태권도처럼 한국이 종주국으로…해외 대회 추진

/사진=정예지 기자/사진=정예지 기자




파크골프는 누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여왔을까?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일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영창(사진) 한국파크골프투어협회 수석부회장 겸 창스스포츠 대표다. 조경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1990년대 일본 출장길에 파크골프를 접한 후 2003년 국내 최초의 파크골프 협회인 한국파크골프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이듬해인 2004년 국내 최초의 정식 파크골프장(9홀 규격)으로 개장한 여의도 한강공원 파크골프장 역시 전 수석부회장이 설계했다. 한국 파크골프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제 한국 파크골프가 걸어갈 길을 설계하고 있는 전 수석부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활체육 넘어 정식 스포츠로


정식 개장 전부터 북적이는 창스파크골프 구로센터. /사진=정예지 기자정식 개장 전부터 북적이는 창스파크골프 구로센터. /사진=정예지 기자


지난 21일 라이프점프가 찾아간 서울 구로구의 '창스파크골프 구로센터'는 정식 개장 전임에도 스크린 파크골프를 즐기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창스파크골프 구로센터는 전 수석부회장이 지난 29일 개장한 스크린파크골프 센터다. 이 곳에서 만난 전 수석부회장은 파크골프 국내 도입 20년을 맞은 올해, 제2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지난 5월 새로운 파크골프 협회인 '한국파크골프투어협회'를 창립했다. 이전까지의 한국 파크골프가 생활체육 중심이었다면, 한국파크골프투어협회는 선수 양성 및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의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회장을 맡은 대구대학교 체육학과 최봉암 교수(현 한국골프과학회 회장 및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등 엘리트 체육 전문가들로 꾸려진 협회다. 당장 내년에는 코리아오픈선수권 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기업 스폰서가 붙는, 엘리트 선수들의 파크골프 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수석부회장은 36홀로 구성된 정식 파크골프장을 설계, 경기도 포천과 천안에서 2024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포천의 한탄강 파크골프장은 개장하면 세계 최대 파크골프장이 될 예정이다.

2026년까지 파크골프 시장 판도 뒤집힌다


전 수석부회장은 "프로골프협회와도 조만간 손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 시절 파크골프로 입문해서 골프로 옮겨갔다가, 나이가 들면 다시 파크골프로 돌아오는 선순환적인 골프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최근 파크골프 붐이 일면서 향후 3년 내로 파크골프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주4일제가 도입되면 쉬는 3일 동안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고, 어느 지역이 그 인구를 유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강원도 양양, 화천처럼 파크골퍼 유치에 승부수를 거는 지역들도 늘어날 거라는 예측이다.

파크골프장 풍경. /서울경제 DB파크골프장 풍경. /서울경제 DB


전 수석부회장은 "1,2년 내로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공공부지가 거의 없어지면서 지자체에서 민간으로 파크골프장 개발의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라면서 "2026년까지 모든 판도가 바뀌면서 상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파크골프 산업의 성장도 시작될 전망이다. 그는 "요즘 지자체와 파크골프 동호회 간의 갈등이 심한데, 이런 갈등도 수년 내로 다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파크골프 종주국으로


전 수석부회장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의외였던 이야기는 일본의 파크골프 생태계가 쇠퇴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대목이다. 1990년대부터 이미 일본 파크골프 관계자들과 교류해 온 그는 "일본은 이미 파크골프의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일본 파크골프 협회가 '레크리에이션'에 초점을 맞춘 채 일본체육회 가입조차 않고 40년 간 운영한 결과, 이제 일본의 파크골프에 새로 유입되는 50대 인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전 수석부회장은 일본을 대신해 한국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어차피 일본에서는 파크골프 세계화를 추진할 여력이 없으니 우리나라에서 주도하자는 것이 교수님들과 제가 의기투합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파크골프투어협회가 일본에서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한국산 파크골프채를 일본에 수출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과 미국, 중동으로의 진출도 꿈꾸고 있다. 중국에서 '골프'는 한때 비리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용인되는 분위기다. 전 수석부회장의 창스스포츠가 내년 중국에서 열릴 스포츠산업전시회 참가를 결정한 배경이다.

미국은 골프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골프보다 더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빠르게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친교'로서의 파크골프에 대한 수요도 크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내년께 미국 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전 수석부회장은 "2030년까지 15개국에서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한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중인 전 수석부회장. /사진=정예지 기자인터뷰 중인 전 수석부회장. /사진=정예지 기자


전 수석부회장은 이러한 시도가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포츠는 자신만의 것이 없고, 만든 사람이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 정신"이라는 지론이다.

국내에 파크골프를 도입하고 확산시킨 일등공신으로서,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토로했다. "초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면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반문이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전 수석부회장은 끊임없이 파크골프의 재미와 특유의 문화, 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설파했다. 발빠른 지자체들이 이끌고 있는 파크골프장 개발 사업과 기업·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태권도처럼 파크골프도 우리나라가 종주국이 되길 바란다"는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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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정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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