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제2차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에 대해 의료계는 적극 환영하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충분한 재정 지원과 지배 구조의 효율화라는 전제조건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발표가 자칫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 뇌출혈을 비롯해 심뇌혈관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골든타임 사수"라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확충과 지역센터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이 같은 우려사항을 내놓는 배경은 서울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인다는 명분 아래 2008년부터 14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정하고 운영을 지원했지만, 정권이 바뀌는 동안 예산이 축소되고 일선 병원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빠른 처치가 생명인 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의 치료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15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지역 내 전문의들이 팀을 꾸려 대응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심뇌혈관질환 환자의 골든타임 내 병원 도착 비율을 2027년까지 6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은 이번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최근 정부와 의료현장에소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기도 하다.
예를 들어 뇌졸중은 국내에서 매년 10만 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1만4000명 가량이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2023년 현재 전국 84개 뇌졸중센터에 근무하는 신경과 전임의는 14명에 불과하다. 2018년(29명)과 비교하면 5년새 반토막 났다. 뇌졸중을 비롯해 중증 응급질환 치료를 담당해야 할 권역심뇌혈관센터 14곳 중 전임의가 근무하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 한 곳에 불과하다. 전공의는 물론 전임의조차 부족하다보니 50~60대 교수 둘이서 퐁당퐁당 번갈아 당직을 서거나 홀로 일주일 내 독박 당직을 서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아무리 계획이 좋더라도 실천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준비된 계획안이 충실히 이행되고 24시간 365일 심뇌혈관질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정 지원과 거버넌스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심뇌혈관질환 전문인력이 늘어날 수 있는 정책도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