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그룹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계열사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KT 그룹 관계자가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1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황욱정(69) KDFS 대표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KDFS는 KT텔레캅의 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다. 검찰은 구현모 전 대표 등 KT 경영진이 KDFS에 건물 관리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황 대표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외부인에게 허위 자문료를 지급하고 자녀 2명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는 수법으로 48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다. 외부인에게 법인카드를 교부하고 KDFS가 받은 건물관리 용역 물량을 부정한 방식으로 재하도급했다는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황 대표가 KT 본사 임원들에게 KDFS 용역 물량을 늘려달라는 청탁을 하고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고 배임증재 혐의까지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번 기소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황 대표를 우선 재판에 넘긴 후 황 대표의 배임증재·배임수재 혐의를 추가 수사하는 한편 구 전 대표 등 핵심 피의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4일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황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KT 본사 경영지원실의 상무보 홍 모(51) 씨와 부장 이 모(52) 씨, KT텔레캅 상무 출신인 KDFS 전무 김 모(58) 씨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