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 CEO "규제가 되레 이자장사 내몬다" [리빌딩 파이낸스 20323]

◆'멀티플레이 금융'이 온다

가상자산·조각투자 등 잇단 제동

62% "규제 탓 非이자 확대 못해"







# A금융지주는 2021년 모바일 앱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고가의 신발이나 미술품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이벤트를 선보였다가 곧바로 중단했다. ‘조각투자’ 서비스는 금융사에 허용된 부수 업무가 아니라고 금융 당국에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 같은 방식의 투자는 대체불가토큰(STO)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핀테크 기업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가상자산 투자 붐이 한창이던 2018년, B금융지주는 가상자산거래소 설립을 준비했지만 금융 당국이 퇴짜를 놓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증권사 거래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설립이 용이할 것으로 봤지만 당국은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을 뿐더러 금융사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며 반려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멀티플레이 금융’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에 발목 잡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가 금융사에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문하면서도 이를 위한 토대 마련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며 정부 규제를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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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금융회사 CEO 50명을 대상으로 ‘국내 금융사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31명(복수 응답)이 전업주의와 사업 인허가 등 ‘금융 규제’를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는 답변(12명)까지 포함하면 금융사들의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 정부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한 금융사 CEO는 “당국이 규제 하나를 풀더라도 다른 규제들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개별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당국이) 일률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오히려 기업에 무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CEO 22명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대립적으로 보는 소비자 인식의 괴리’를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금융회사가 비금융 사업으로 진출을 꾀할 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회사 내부적으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응답자 중 18명은 ‘관련 사업 담당자나 인력 확보가 어렵다’고 답했고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한 CEO도 10명이나 됐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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