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기업 엔카닷컴이 상장 예비 심사 청구 일정을 소폭 늦추기로 했다. 1조 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 평가 작업을 신중히 거친 뒤 내년 초 증시 입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심산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엔카닷컴은 7월 중 상장 예심을 청구하려던 계획을 바꿔 청구 시점을 약 2개월가량 미뤘다. 엔카닷컴은 신속 심사(패스트트랙)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9월에 예심을 청구하더라도 승인에만 약 45영업일(한국거래소 권고 기준)이 걸려 연내 상장은 어렵게 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카닷컴은 상장 예비 심사 청구 일정과 관계 없이 상장 시점을 내년 초로 잡고 있었다”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여력이 감소하는 연말을 피해 연초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카닷컴이 청구 일정을 늦춘 것은 최근 커진 성장세를 몸값에 고스란히 반영하기 위해서다. 엔카닷컴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호주 기업 카세일즈홀딩스로 2014년 SK(034730)로부터 지분 49.9%를 1175억 원에 사들인 후 나머지 지분 50.1%도 2017년 2050억 원에 취득을 완료했다. 단순 계산하면 총 3225억 원에 엔카닷컴을 인수한 셈이다.
6월 결산법인인 엔카닷컴의 매출은 2020년 6월 579억 원, 2021년 6월 696억 원, 2022년 6월 810억 원으로 지속 성장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영업이익은 29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35.6%에 달한다. 엔카닷컴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공모 구조를 짜 시장으로부터 최대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7000억 원 안팎의 기업가치가 거론되는데 하반기 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흥행으로 IPO 시장 회복세가 가속화할 경우 최대 1조 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 중고차 업계 1위인 케이카(381970)의 주가 부진이 엔카닷컴의 벨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 과정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엔카닷컴은 2021년 말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착수했는데, 당시는 케이카가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입성한 때였다. 1일 종가 기준 케이카 주가는 1만 2650원으로 공모가인 2만 5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케이카의 사업 모델이 직접 중고차를 사들여 고객에게 판매하는 형태라면 엔카닷컴은 중개 플랫폼에 가까워 경쟁그룹으로 묶기 어렵다”며 “오히려 해외 중고차 플랫폼 기업과 비교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